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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세월을 보낸 루마니아 마지막 왕비 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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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세월을 보낸 루마니아 마지막 왕비 앤, 별세

입력
2016.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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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마지막 왕비인 앤(왼쪽)과 미하이 국왕이 1948년 6월 10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당시 스위스 망명 중이었던 미하이 국왕은 그리스 프레데리카 파블로프 왕과 왕비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다. 루마니아 언론인 Daniel Diaconescu의 linked in 캡처.
루마니아 마지막 왕비인 앤(왼쪽)과 미하이 국왕이 1948년 6월 10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당시 스위스 망명 중이었던 미하이 국왕은 그리스 프레데리카 파블로프 왕과 왕비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다. 루마니아 언론인 Daniel Diaconescu의 linked in 캡처.

루마니아 왕가의 마지막 왕비로 격정의 세월을 보냈던 앤 드 부르봉파르므 왕비가 1일(현지시간)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2세.

앤 왕비의 일생은 16세기 영국 종교개혁의 발단이 됐던 앤 불린에 비견될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헨리8세와 앤 불린의 결혼을 교황이 반대했던 것처럼 앤 왕비와 루마니아 마지막 왕 미하이(94) 국왕의 사랑도 교황이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앤과 미하이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1947년 11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당시 공주)의 결혼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르봉-파르마 공작 가문의 공주였던 앤(당시 23세)은 이 결혼식에서 영국 왕실의 친척인 미하이 루마니아 국왕을 만나 사랑을 싹 틔웠다. 하지만 당시 교황(피우스 12세)은 프랑스ㆍ덴마크계로 가톨릭 가문인 앤과 정교회에 속한 루마니아 왕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앤은 루마니아 왕정이 폐지된 뒤 스위스로 망명한 미하이 국왕과 1948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정교회식 결혼을 했고,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1966년 모로코에서 가톨릭식 결혼을 하며 정식 혼인 승인을 받았다.

앤과 미하이의 결혼 생활도 순탄치는 않았다. 1947년 12월 공산정권에 의해 강제 폐위된 미하이 국왕과 함께 일정한 거처 없이 스위스와 이탈리아, 영국을 오가야 했다. 루마니아 공산정권은 1948년 국왕 부부의 시민권까지 박탈했다. 미하이 국왕 부부의 시민권은 30년이 지난 97년 회복됐지만 왕위를 되찾을 수는 없었다.

앤 왕비의 장례식은 13일 루마니아 중부 도시 쿠르테아 데 아르제슈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장례식에는 세계 각지에서 흩어져 살고 있는 마가렛, 엘레나 등 5명의 공주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암 투병 중인 미하이 국왕은 앤 왕비의 병상을 마지막까지 지키며 임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신재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경제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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