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영어로 'With love for mankind and hatred of sins'라고 하는데 이렇게 다소 엉성하게 보이는 이유는 본래 라틴어 버전 'Cum dilectione hominum et odio vitiorum'을 글자 그대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맨 처음 이 말을 한 사람은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이다. 일반 영어 버전으로 옮기면 'Love the sinner, hate the sin'이 되고 구어체 버전으로는 'Don't hate the player, hate the game'이다.
구어체로 '선수를 미워하지 말고 게임을 미워하라'라고 말하면 문제가 개인의 잘못보다는 시스템이나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뜻이 된다. 이 말이 대중화된 데는 노래의 역할도 크다. 미국의 랩가수 트레이시 머로우가 그의 예명(stage name) Ice-T를 붙여 만든 Ice-T song 'Hate the Playa'에 “I don't know why a player wanna hate T, I didn't choose the game, the game chose me”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그는 이 말을 아이스버그 슬림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슬림은 18세부터 42세까지 포주로 일하며 미용실을 경영하는 홀어머니를 도왔고 대학을 나와 포주에 관한 시와 책도 쓴 인물이다. 성매매 여성에게 이 문장을 교육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난들 어떡하겠어요, 사회가 그런 것을'의 뜻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꼬마들도 학교 선생님한테 혼날 때 'Don't hate the player, hate the game'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흔하게 쓰인다.
같은 맥락의 또 다른 버전 'Hate the sin and love the sinner'도 있다. 죄와 증오라는 표현으로 보고 혹시 기독교에서 나온 말이거나 성서 문장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예수도 성서에서도 이 말을 한 기록은 없다. 이를 오인한 사람은 어떻게 하나님이 '증오(hate)하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정작 이렇게 말한 사람은 인도의 간디이다. 간디는 자서전(1929)에서 하나의 교훈으로 던진 말일 뿐 자신도 실행에 옮긴 것은 아니라고 했다. 따라서 종교적 색채를 싫어한다면 'Love the sinner, hate the sin' 대신 'Don't hate the player, hate the game'을 사용하면 더 나을 것이고 만약 이 표현의 hate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어렵다면 'Love your neighbors', 'Don't blame others'라고 하면 된다.
남을 지탄하지 말고 '내 탓이오'를 강조하는 가톨릭의 'Mea Culpa'(My fault)도 있지만 일상에서 쓰기에는 어색만 면이 있다. 역시 캐주얼 영어에서는 'My bad!'라고 말하면 '앗, 제가 잘못했네요'로 통한다. 일상에서 자책의 표현을 먼저 말하기 어려울 때에는 위에서 소개한 '시스템이 문제'라는 의미의 'Don't blame me, blame the system'을 말해도 의미는 마찬가지다. 다만 이들 표현의 배경과 의미에는 작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적합하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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