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에는 재벌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의 상속·증여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재벌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성실공익법인을 폐지하고, 상속·증여 재산에 대한 공제한도도 대폭 축소하는 등 이들의 재산 대물림의 장벽을 좀 더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더민주는 우선 “재벌 대기업의 편법적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성실공익법인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성실공익법인은 소득 80% 이상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고, 전용계좌 개설하는 등 정부가 정한 일정 요건에 부합하는 공익재단(종교 교육 등 공익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법인)으로, 일반 공익법인보다 세금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일반 공익법인에 특정 기업이 주식을 기부할 경우 5%의 초과분에 상속 증여세를 매기고 있는데, 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과세되지 않는다. 공익법인의 경우 총자산 중 주식보유한도를 30%로 제한하고 있지만, 성실공익법인은 이 같은 제한도 없다.
당초 일반이나 성실공익법인 모두 동일하게 5%까지 적용이 됐는데,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공익법인 주식 보유 한도를 늘리자는 주장을 받아들여져 성실공익법인에 한해서만 비과세 한도가 늘어났다. 더민주는 이를 다시 원위치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6월 성실공익법인 폐지 법안을 제출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 보유 등으로 세금 한 푼 안 내는 편법 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성실공익법인제도는 이보다 더 큰 편법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한도를 10%에서 3%로 축소하는 방안도 내놨다. 과거 납세의무자의 성실 신고를 유도해 탈세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이 됐지만, 과세자료 전산화 등 상속증여 재산 현황을 파악하기 용이해진 지금에서는 공제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에게 증여되는 재산에 대해 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나이에 따라 차등적용하자는 것인데, 예를 들어 재벌이 손자가 태어나자마자 거액의 재산을 증여한다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대기업의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팔았을 경우 현재 차익의 20%만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25%로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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