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권총 모양의 이모티콘을 삭제하고 물총으로 대체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정보기술(IT)기업들도 인터넷상에서 제공되는 이모티콘 표기에 인종과 성다양성 개념을 도입하는 등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운영체제 아이오에스(iOS)의 최신버전 iOS 10을 9월에 출시하면서 권총 모양 이모티콘을 물총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흑인과 경찰 총기살해사건 등으로 총기에 민감해진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며 애플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총기 이모티콘이 위협적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민단체 ‘총기 폭력에 반대하는 뉴욕시민들’은 총기 확산에 반대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모티콘을 교체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이에 애플은 MS와 함께 지난달 공통 이모티콘의 추가ㆍ수정ㆍ삭제를 결정하는 유니코드 컨소시엄 회의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추가 검토 대상이 됐던 장총과 근대5종 이모티콘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회의 참여자 전원이 이에 동의했다. MS는 이미 지난해부터 권총 이모티콘을 장난감 전자총 모양으로 대체했다.
인터넷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애플은 또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는 의미에서 여성이 운동을 하고 남성이 머리카락을 꾸미는 이모티콘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서프보드ㆍ자전거를 타는 여성, 여성 경찰관ㆍ건설노동자ㆍ사립탐정 등이 추가됐다. 남성 쪽에서는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두피 마사지를 받는 남성 이모티콘이 추가됐다. 이는 지난달 14일 유니코드 회의에서 구글의 제안으로 백인 남성 위주로 표현된 이모티콘에 인종ㆍ성별 다양성을 부여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변화다.
감정과 현상을 아이콘의 형태로 표현하는 이모티콘은 ‘보편 인터넷 언어’로 인식되면서 사회적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이모티콘을 수정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도 제기하고 있다. 유니코드 회의에 참여하는 IT기업의 한 관계자는 버즈피드에 “기업은 이모티콘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변화든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며 “공공의 여론에 대한 신중하고 정밀한 조사 끝에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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