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독자입니다. 지난해부터 한국문학의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한국문학과 출판에 아직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새로 창간하는 잡지가 기존 문학 독자에게 즐거운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문학 독자가 아닌 사람들을 발굴하고 초대하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박상준 민음사 대표)
민음사가 격월간 문학지 ‘릿터(Littor)’를 창간했다. 박상준 대표와 책임편집을 맡은 서효인, 박혜진 편집자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창간호인 ‘릿터’ 2016년 8/9월호를 소개했다. ‘릿터’는 ‘문학(literature)’에 ‘-tor’를 합성한 조어로 ‘문학하는 사람’을 뜻한다.
민음사는 지난해 겨울호를 끝으로 계간지 ‘세계의문학’을 40년 만에 종간하고 새 문예지 창간을 선언했다. 기존 문예지들이 무거운 시론과 난해한 비평으로 독자로부터 유리됐다는 비판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이즈음 은행나무출판사의 서평전문지‘악스트’, 문학동네 임프린트 엘릭시르의 장르문학전문지 ‘미스테리아’가 창간되면서 문예지 판에 한바탕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릿터’는 국내 문예지로는 처음으로 문학평론가가 아닌 편집자가 만드는 잡지를 표방한다. 서효인 편집자는 “민음사의 모든 편집자가 참여하며 편집장이나 편집위원 개념은 없다”며 “편집자는 책의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부 관여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면에서 기존 문예지에 비해 더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잡지는 200쪽 내외의 얇은 두께로, 외형부터 ‘세계의문학’ 보다 ‘악스트’ 류의 젊은 문예지에 가깝다. 표지는 이재민 그래픽디자이너의 작품이 장식했고, 내지에도 대담한 타이포그라피들이 눈을 사로 잡는다. 박혜진 편집자는 “요즘은 문학을 텍스트로만 소비하지 않는 시대”라며 “읽기 감각을 자극하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내용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커버스토리와 시, 소설, 에세이, 비평, 작가 인터뷰로 구성됐다. 기존 문예지 뼈대와 비슷하지만 국내문학에 집중됐던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고 독자 눈높이에 맞추려는 움직임들이 보인다.
커버스토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사회적 퇴행을 일컫는 용어 ‘뉴 노멀’을 다루면서, 작가들의 엽편소설과 학자들의 시론을 나란히 싣는 독특한 방식을 취했다. 박해천 동양대 조교수가 ‘2016년, 중산층 가족 모델 이후의 세계’에 대해 말하면 소설가 임현이 뉴 노멀을 주제로 한 쪽짜리 소설을 쓰는 식이다.
또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인터뷰가 소설가 구병모 인터뷰와 나란히 실렸다. 서효인 편집자는 “문예지에 아이돌 인터뷰를 싣는 건 다소 파격적이지만 독자들과 읽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인물이라 선정했다”며 “앞으로도 영화감독, 무용가 등 타 장르 아티스트 인터뷰를 통해 신규 독자들을 유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김애란의 단편과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작품을, 비평은 소설, 영화, 인문서 리뷰를 함께 게재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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