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현실 녹인 시트콤 출연
알레포 주민들에게 큰 사랑 받아
시리아 반군 근거지인 알레포 상공에는 도시를 공격하는 러시아 전투기가 오가고, 도시곳곳에서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수시로 벌어진다. 죽음의 공포가 매일 들이닥치는 알레포 주민들에게 힘이 돼 준 어린 TV 스타가 결국 포화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어 알레포 주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
AP통신은 알레포의 인기 아역 배우 쿠사이 압티니(14)가 분쟁 지역을 탈출하던 도중 차량 폭발로 숨져 1일(현지시간) 장례식을 치렀다고 보도했다. 쿠사이는 지난달 8일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알레포를 탈출하려 했으나, 쿠사이가 탄 차량이 시리아 정부군 포탄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쿠사이는 시트콤 ‘알레포 사람, 움 압두’에서 가부장적인 어린 남편 연기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 받아왔다. 2014년 알레포 지역 채널이 자체 제작해 방송한 이 프로그램은 10대 초반의 배우들이 출연해 전쟁 중인 알레포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유머를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쿠사이는 주인공 움 압두의 남편 아부 압두를 연기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쿠사이도 전쟁의 참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하고 있는 알레포 북부를 탈환하겠다는 구실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알레포 전체에 대한 포위를 계속하면서, 지역 내 생필품이 부족하고 각종 시설도 전쟁으로 제 기능을 잃은 상태다. 이 와중에 쿠사이의 집도 폭격을 당했고, 아버지는 다리를 다쳐 걸을 수 없게 됐다.
쿠사이를 탈출시키려던 아버지는 안타까운 사고로 홀로 고향에 남게 됐다. 쿠사이의 아버지는 1일 휠체어에 앉아 “쿠사이, 알레포 사람 아부 압두, 너는 작은 영웅이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아들의 장례식 행렬을 지켜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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