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자기 분을 삭이지 못하고 막말을 했다가 이번에는 된통 당하고, 취약점인 병역문제까지 검증 당할 상황에 몰렸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무슬림계 미군 전사자 부모의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적이 없다”는 비난에 대해, 트럼프가 “사업을 일으키고 많은 이들을 고용하는 등 나도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고 반박하자마자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벌이던 1960년대 당시 트럼프가 어떻게 국방 의무를 회피했는지 파헤치는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모병제인 지금과 달리, 스물 두 살 트럼프가 대학을 졸업한 1969년 미군은 ‘징병제’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한해 약 30만명이 신체검사를 받고 베트남과 기타 외국으로 배치됐는데, 키 6피트2인치(188㎝)ㆍ몸무게 180파운드(81㎏)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인 트럼프도 징병을 위해 신체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축구와 테니스를 즐겼으며 열 살 때 맹장수술 받은 걸 빼면 건강했던 트럼프가 갑자기 ‘뒤꿈치 뼈가 자라나는 병’(Bone Spurs)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은 게 바로 이 때입니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관련분야 전문의사의 진단을 받고, 그가 써준 진단서를 제출했더니 징병 1년 유예 처분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뒤꿈치 뼈’ 이상 진단에 따른 1년 유예 이외에도 이후에도 학업을 이유로 4번의 유예처분을 더 받아내 결국 베트남전에 가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결정적 증거’를 잡지 못해 트럼프가 병역을 고의로 회피했다고까지 단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취지의 배경 정보를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예컨대 트럼프가 언론에 징병 1년 유예의 계기가 된 진단서를 공개한다고 약속했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는가 하면, 트럼프 주치의가 지난해 출마선언 당시에는 ‘청년 시절을 포함해 트럼프의 신체는 건강 그 자체’라고 발언한 것 등입니다.
한편 트럼프는 ‘뒤꿈치 뼈’ 이상 증세 때문에 별도 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완치가 이뤄져 지금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역문제에 관한 한 한국이나 미국이나 부유층 자제를 중심으로 과거에는 기적이 너무 자주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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