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이 밀려왔다. 인생이 바뀌었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확 달라진 삶. 적응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잡았지만 조바심을 떨치기는 힘들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2일 자신의 첫 번째 미니앨범 ‘Nice’를 대중 앞에 선보인 래퍼 베이식(30)은 “이쪽(음악) 세계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며 “예전 같은 느낌이 잘 안 나와 답답했다”며 앨범이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방송된 Mnet 래퍼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 우승자인 베이식은 평범한 회사원 신분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당시 화제를 모았다. 3차 예선 때까지 직장생활과 경연을 병행했던 그는 우승 후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쇼미더머니4’ 출연 이후 1년 동안 꿈을 꾼 것 같아요. 직업이 바뀌었고 그 사이 아들도 태어났어요. 폭풍 같은 시기였네요. (웃음)”
최근 방송된 ‘쇼미더머니5’를 보는 소회도 남달랐다. ‘벌써 1년이 지났네. 그 동안 난 뭐했지?’란 생각에 자괴감에 빠지다가도 개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참가자들의 열정을 보면서 금세 자극을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만큼 총 여덟 트랙이 담긴 이번 앨범은 그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앨범 명이자 타이틀 곡인 ‘Nice’는 “작곡가들에게 부탁한 멜로디 수만 4~50개가 됐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곡”이다. 같은 소속사(RBW) 식구인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 ‘쇼미더머니5’에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긴 래퍼 G2(지투)와 의기투합한 곡이기에 더 눈길을 끈다.
여름 휴가철을 겨냥한 쉽고 청량한 멜로디 등 대중적인 색깔이 짙은 탓에 강렬한 랩을 주로 선보여왔던 베이식이 의외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잇달았다. ‘쇼미더머니4’ 참가 이전 몸 담았던 힙합크루 지기펠라즈 시절의 베이식을 떠올리는 팬이라면 묘한 배신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대중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베이식은 “듣기 편하고 대중적인 느낌을 감안하고 만든 곡”이라며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사랑해주는 마니아 팬들만이 아닌, 좀 더 많은 사람들한테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힙합이든 록이든 마니아 층이 강한 장르에선 어떤 방향을 택하든 비난과 욕을 먹을 수 있다”며 “적정한 선을 지키려는 노력과 능력을 키워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베이식은 ‘Stand up’ ‘좋은 날’ 등 ‘쇼미더머니4’ 경연 당시 발표한 곡이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던 사실을 가리켜 “‘쇼미’ 우승발”이라고 표현하며 방송의 수혜를 받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그는 ‘쇼미더머니’의 베이식이 아닌 ‘래퍼 베이식’으로 음원 순위 경쟁을 치를 준비를 단단히 마친 상태다.
현재 음원차트 상위권에 있는 ‘쇼미더머니5’ 참가자들과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쇼미’ 참가곡들의 곡을 의식하진 않아요. 좋은 노래 만들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죠.”
안정적인 회사원에서 대중의 평가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뮤지션이 된 가장 베이식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내나 부모님도 잘 될 거란 좋은 말만 해주고 있어요. 속으로는 많이 불안해하겠지만요(웃음).”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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