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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갈수록 태산… “클린턴은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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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갈수록 태산… “클린턴은 악마다”

입력
2016.08.0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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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계 미군 전사자인 후마윤 칸 대위의 아버지 키르즈 칸(오른쪽)이 아내(가잘라 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미국 헌법 소책자를 내보이며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배척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
무슬림계 미군 전사자인 후마윤 칸 대위의 아버지 키르즈 칸(오른쪽)이 아내(가잘라 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미국 헌법 소책자를 내보이며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배척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무슬림 비하’와 ‘친(親) 러시아 발언’으로 ‘사면초가’ 신세다. 다양한 막말 파문을 극복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상황전개가 예사롭지 않은데도 트럼프는 또다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악마”라고 지칭해 또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버몬트)상원의원의 굴복을 공격하는 와중에 클린턴 후보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트럼프는 "그(샌더스 의원)가 악마와 거래를 했다. 그녀(클린턴 후보)는 악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클린턴을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한 적은 있지만 '악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무슬림계 미군 장교 후마윤 칸 대위의 부모를 공박한 트럼프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베트남 참전용사이기도 한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까지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라이언 의장실은 이날 라이언 의장이 오른손에 작은 헌법 소책자를 든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매케인 의원도 성명에서 “트럼프는 최근 미군 전사자 부모들을 비난했다”며 “우리 당이 트럼프를 대선 후보를 추대했지만, 미국의 영웅들을 함부로 대할 면허까지 준 것은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비판을 무시하는 뻔뻔한 정치가’를 지칭하는 ‘테플론(Tefl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트럼프가 제 아무리 ‘테플론’이라도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그 대상이 판사, 언론, 정치인 등 일반 대중이 불신하는 특권층이었지만, 이번에는 힘없는 시민 그것도 전사자 부모가 타깃인 만큼 여론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두둔하는 듯한 트럼프 발언도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ABC 방송에서 “내가 들은 바로는 크림반도 사람들은 러시아에 속한 것을 선호한다”며 러시아의 2014년 조치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공화당의 주류 정서는 이를 ‘침략’으로 받아들여 왔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자, 그가 집권하면 동유럽에서 서방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신 러시아 편에 설 것이라는 또 다른 증거”라고 공격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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