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진흥회 지원 중단 입장 번복
광산업체 피해 늘고 반발 커지자
해외마케팅 분야 등 예산 지원키로
“상임부회장 낙하산 인사 불발에
보복성 행정 자인한 꼴” 비판
지난 3월 22일 광주시는 광산업 관련 사업자단체인 한국광산업진흥회에 매년 지원해 오던 28억원 규모의 예산을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간 진흥회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가 직접 지역 광산업체를 육성ㆍ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시는 그러면서 “갈수록 줄어드는 중국과의 기술격차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기업 지원과 융ㆍ복합 활성화를 위한 기업 요구에 대한 진흥회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한 마디로 제 역할을 못하는 진흥회에 돈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랬던 시가 최근 진흥회에 예산을 다시 지원하겠다고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예산 지원 중단 이후 지역 광산업체들이 해외마케팅 분야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기업 피해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시는 이에 따라 해외마케팅과 광산업전시회 관련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광산업 인증지원사업 등 나머지 사업도 재조정할 계획이다. 시는 입장 번복에 대해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예산 지원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며 말을 아꼈다.
사실 시의 예산지원 중단에 따른 업체들의 피해와 반발은 이미 예견됐었다. 그런데도 시가 예산지원 중단을 밀어붙인 건 무엇 때문일까. 잠시 시계바늘을 4개월 전으로 돌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시가 예산 지원 중단을 발표한 3월 22일은 진흥회가 이사회를 열어 상근부회장으로 A씨를 연임시킨 날이었다. 당시 진흥회 안팎에선 “시의 예산 지원 중단은 시가 밀었던 시 국장급 간부 출신 B씨를 진흥회가 거부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였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앞서 시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기 한 달여 전인 2월 19일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의 정무라인 간부가 A씨를 찾아가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양보해 달라”며 사퇴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진 터였다. 시는 또 B씨를 상근부회장으로 앉히기 위해 채용 과정에서 공고 기간 연장을 요구한 데다, 후보추천위원회 심사 결과 A씨가 1순위로 결정되자 이사회 단독 추천 규정을 무시하고 B씨와 함께 복수 추천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뒷작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시의 예산 지원 중단이 시와 각을 세우며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 진흥회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로 비쳐졌다.
그도 그럴 게 시는 예산 지원 중단을 발표해 놓고도 올해 예산(민간경상보조금) 위탁 사업자로 선정된 진흥회에 대해선 지금껏 사업자 변경 절차도 밟지 않고 있다. 시가 진흥회를 보조금 사업자로 선정해 놓고 정작 돈은 주지 않는 몽니를 부리고 있는 셈이다. “지역 광산업 기업에 대한 밀도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추겠다”던 시의 공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시가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 진흥회에 속 좁은 보복성 갑질 행정을 했다는 점을 자인한 꼴”, “시가 하는 일치곤 창피할 정도로 옹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예산 지원 중단으로 인한 광산업체의 피해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흥회가 광산업기업 지원 사업을 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시가 올해 지원할 금액이 그대로 (진흥회에)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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