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줄줄이 기각에 검찰 패닉… “무리한 수사했다”비판 비등
롯데케미칼 세무조사 무마 로비 세무사 영장 기각되며 수사 차질
국민의당 의원 3명도 모두 기각…”野 겨냥 표적 수사”비난에 직면
검찰개혁 요구 전방위 압박 속 “공수처 명분만 제공”당혹감

검찰이 핵심 피의자들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면서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비리 등으로 검찰 개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정치권의 검찰 개혁 움직임만 더 힘을 얻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새벽 롯데케미칼 측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세무사 김모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조 판사는 또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해 사장급 인사로는 처음 청구된 박동훈(64)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두 건 모두 수사진행 경과와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등을 보아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다.
검찰로서는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에 더해 앞으로 수사 진행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에 따르면 김씨는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 재직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이 롯데케미칼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국세청에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 확보를 교두보로 삼아 이르면 이번 주에 허 사장을 불러 그의 개입 여부를 규명한다는 계획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금품을 전달한 중간자 역할이라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를 밝히려면 반드시 신병확보가 돼야 하는데 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어려워졌다”며 낭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법원이 불법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재청구된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전날 기각하면서 검찰은 패닉에 빠졌다. 서울남부지법 한정훈 영장전담판사는 “도주 우려가 없고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박선숙 김수민 의원에게 재청구된 구속영장 기각까지 포함해 국민의당 현역 국회의원 3명에 대한 6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것이다.
대검찰청이 “20대 총선 선거사범 중 혐의가 가장 중하다”고까지 천명했던 3명 의원에 대한 영장이 재청구까지 모두 기각되면서 검찰은 체면을 구긴 것에 그치지 않고, 야당을 겨냥한 표적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안 그래도 진 검사장의 뇌물비리, 검찰 출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홍만표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 등으로 검찰개혁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정치권에 검찰개혁을 밀어붙일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일 “검찰이 야당에는 한없이 가혹한 칼을 들이대고 여당에는 한없이 자비를 베풀고 있다”며 “검찰의 셀프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장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을 이르면 이번 주 발의하기로 하고, 국회 검찰개혁 특위를 제안하는 등 강도 높게 검찰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