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무슬림계 참전용사 후마윤 칸 대위 가족을 비난한 데 대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 등 등 공화당 유력 정치인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전쟁포로가 된 적이 있는 매케인 의원은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트럼프는 최근 며칠 동안 미군 전사자 부모들을 헐뜯는 언급을 했다”면서 “내가 트럼프의 발언에 얼마나 동의하지 않는지는 더이상 충분히 강조할 수도 없다. 그의 발언은 공화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 공화당 후보들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후보와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젭 부시 전 주지사 역시 “트럼프의 그들을 향한 태도는 극도로 무례했다”고 비판했다.
미군 희생자 가족 모임인 ‘골드 스타 패밀리스(Gold Star families)’도 이날 참전용사 관련 웹사이트(VoteVets.org)에 트럼프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올려 그의 사과를 공개 요구했다. 이 단체는 “키즈르 칸 부부에 대한 당신의 발언은 혐오스럽고 또 개인적으로는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라면서 “아들을 잃은 슬픔이 아니라 종교로 그 어머니의 고통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상이군인회(DAV) 연례행사에 참석해 “미군 전사자와 가족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하고, 또 이들을 존중하고 이들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트럼프 후보를 우회 겨냥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 수습에 나섰다. 펜스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트럼프와 나는 후마윤이 미국의 영웅이고, 다른 전사자 가족과 마찬가지로 후마윤의 가족도 모든 미국인이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에 대해 잘 모르는 (키즈르) 칸씨가 나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격하더니 이젠 모든 방송에 나오고 있다”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30일 키즈르 칸의 부인인 가잘라 칸이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대에 나와 남편의 곁을 지킨 것을 두고 “발언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무슬림의 가부장주의에 빗대 공격했다. 이에 칸 가족이 반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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