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드러내는 데 서툴다. 가슴 속에선 끓어 넘치지만 꾹 누르는 성격.
지난 6월 7년 동안 활동해 온 그룹 포미닛 해체 이후 멤버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 사옥에서 만난 현아(24)는 “포미닛 멤버들 외에도 연락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서도 “서로 무얼 준비하는 지 알고 있고 주변에서 멤버들의 근황을 듣고 있기 때문에 아예 모르는 척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해체 당시 큐브는 현아를 제외한 포미닛의 나머지 멤버 네 명(남지현, 허가윤, 전지윤, 권소현)과 재개약을 하지 않았다.
그룹과 솔로 활동을 진작부터 병행해 왔지만 해체 후 솔로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정신적인 압박감이 커서 일부러 운동도 혹독하게 하고 연습에만 신경 썼어요.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어요.”
자신만 큐브에 혼자 남게 된 현실을 되도록 빨리 받아들이되 앞으로의 활동도 포미닛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녀는 “현아라는 가수가 여기까지 온 것도 포미닛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멤버들과 노력하며 걸어온 지난 7년을 없는 시간처럼 말하는 게 싫다”며 단호한 대답을 내놓는다.
1일 공개된 자신의 미니 5집 앨범 ‘어썸’(A'wesome)에 수록된 총 6곡 중 타이틀곡 ‘어때?’를 포함한 5곡의 작사에 직접 참여하는 등 진정한 홀로서기에 특별히 공을 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너도 흔들어 우리 같이 춤추자’ 등 여름철에 특화된 흥겨운 가사와 현아만의 전매특허가 된 섹시댄스를 자랑하는 ‘어때?’는 이날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빨개요’ ‘잘 나가서 그래’ 등 솔로앨범을 포함해 비스트의 전 멤버 장현승과 활동했던 ‘트러블 메이커’ 뮤직비디오가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며 19세 이상 시청등급을 받았던 것과 달리 ‘어때?’는 15세를 받았다. 심의 결과에 현아는 “매니저 언니 오빠들이 더 좋아하더라”며 “건강한 섹시미를 안무에 반영해 얻은 결과”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작 18살 나이 때부터 섹시란 단어를 이름 앞에 내세웠던 현아다. 그래서일까? 섹시를 설명하고 옹호하는 그녀의 논리는 다부졌고 태도는 당당하다.
“‘더 화끈하게 야해져 볼까?’란 생각은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춤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데 집중하는 게 섹시를 가능하게 한 거죠.”
선정적이란 평가에 대한 입장도 확실하다. 현아는 “내가 생각해도 안무나 무대가 무의미했을 때 야하다는 질책도 감수해야 하지만 이유와 맥락이 있을 때는 섹시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여성으로서 섹시하다란 말을 듣는 게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관리하고 운동하고 있다”며 쑥스럽게 웃기도 했다.
최근 SBS ‘동물농장-강아지 공장의 불편한 진실’에 출연해 눈물을 쏟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현아의 각별한 사랑도 유명하다. 거침없는 악동 이미지와는 달리 강아지들의 처참한 현실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현아의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라 감독님이 다음 회에 가벼운 주제로 나오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실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상황을 알리고 개선할 수 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도 걱정 근심이 많은 편이라는 현아는 실력에 대한 고민도 크다. 그는 “라이브로 노래 한 곡을 제대로 소화 못 한다는 평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완벽한 앨범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지난 앨범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자란 생각으로 활동한다”며 “그러다 보니 실력에 대한 갈증도 생기고 그 숙제를 지금도 풀어가고 있는 중”이라고도 말했다.
요새 가장 눈여겨보는 걸그룹을 묻자 ‘여자친구’란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청순한 이미지를 지닌 걸그룹의 무대를 좋아한단다. “역시 상대적인 부분에 끌리나 봐요.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해내는 분들이 좋아요(웃음).”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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