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도 경기도 아파트 매매거래 분석
하남, 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 40%나
하남ㆍ남양주 등 ‘1기 피난처’ 분양시장 ‘거품’
집값 부담 커져 오산ㆍ광주까지 갈 수도
평균 4억원을 웃도는 전셋값을 견디지 못하고 올 상반기 ‘탈(脫) 서울’에 나선 서울 거주자들의 피난처는 경기 하남ㆍ고양ㆍ남양주 등이었다. 특히 하남에서 아파트 거래를 한 10명 중 4명의 이전 주소지는 서울이었다. 최근 이들 지역의 집값에도 ‘거품’이 끼고 있는 만큼 향후 서울 거주자의 피난 반경이 오산ㆍ광주까지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 한국일보가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1~6월) 경기도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분양권 제외) 총 7만8,672건에서 서울 지역 거주자의 매입 비율이 13.96%(1만979건)으로 집계됐다. 7명 중 1명 꼴이다. 경기도 아파트 거래에서 서울 거주자 비중은 2014년 상반기(11.99%) 이후 매 반기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 지역 내에서 탈서울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미사강변도시가 위치한 하남시였다. 상반기 하남 일대 아파트 거래 총 748건에서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은 40.11%(300건)에 달했다. 작년 하반기(30.50%)에 비해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2위는 고양시 덕양구(25.15%)가 차지했다. 덕양구에는 현재 향동ㆍ원흥ㆍ삼송 택지지구가 조성되고 있다. 다산신도시(진건ㆍ지금지구)가 들어서는 남양주(23.86%), 갈매지구가 위치한 구리(19.8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모두 광화문, 강남 등 서울 주요 도심으로 1시간 이내 출퇴근할 수 있는 ‘서울 생활권’이다.
분양 시장에서도 서울에서 경기도로 피난을 준비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성(동탄2신도시), 남양주, 하남 등 주요 택지지구에 총 14만5,113명이 청약을 접수했다. 분양 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청약을 접수한 사람의 40~50% 가량은 서울 거주자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최근 분양한 ‘하남미사 신안인스빌’ 전용면적 84㎡ 261가구에는 서울ㆍ인천 거주자 7,589명의 청약이 접수됐다.
‘서울 엑소더스’의 가장 큰 배경은 전세난에 따른 높은 주거비 부담이 꼽힌다. 1%대 저금리 기조로 전세 물건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2~3년 사이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함께 집값과 전셋값의 동반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감정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1,500만원으로 2년 사이 24% 상승했다. 이는 경기도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1,210만원)은 물론 위례신도시가 자리한 성남시 수정구(1,494만원)나 하남(1,488만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서울 인구가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기도로 피난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되면서, 그 반경도 화성, 광주, 오산, 평택 등으로까지 넓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하남, 남양주, 고양, 위례신도시 등 ‘1기 피난처’ 분양시장에 투기수요가 몰려들면서 가격 거품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지역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년 사이 모두 3% 이상 올랐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 인접한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조차 가격 부담이 커지면 광주시(태전지구), 오산시(세교신도시), 평택 등 경기도 내 남쪽 지역으로 계속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주거비 부담에 하염없이 남쪽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뉴욕시가 저소득층 임대료를 바우처 형식으로 보조해주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포함해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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