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절반 “현 수익원 사양화”
생존 방법으로는 융합 꼽아
우리 기업 2곳 중 1곳은 현재의 수익원이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생명력이 유지될 수 있는 기간도 평균 8.4년 밖에 안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지역상공회의소와 함께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저성장 시대 대응 전략’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9.9%가 “지금 이익을 내는 사업 부문이 이미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고 1일 밝혔다. 기업들은 이번 조사에서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생명령이 얼마나 유지될까’라는 질문에 평균 8.4년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업종이 6.5년으로 가장 짧았고, 자동차(8년), 기계ㆍ철강(9년), 정유(10년), 섬유(15.9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금은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도 시장과 경쟁자들이 급변하고 있어 앞으로 채 10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는 “일본 기업들이 고추냉이를 다양한 식산업에 활용하는 것을 보고 고추냉이를 활용한 친환경 비누ㆍ샴푸 등을 생활용품으로 개발했다”며 “그러나 얼마 안돼 일본의 경쟁사는 고추냉이가 들어간 화장품을 출시했고, 유럽에서는 고추냉이보다 더 몸에 좋은 성분들을 활용해 코스메슈티컬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고 토로했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로 ‘치료’ 개념의 기능성 화장품이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은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것에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대내외적 시장 환경의 변화 속도를 시속 100마일이라고 할 때 기업의 적응 속도를 묻자 평균 ‘74마일’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융합’(24.8%), ‘저비용ㆍ고품질’(17.2%), ‘사회공헌’(13.3%), ‘창조적 인재’(13.2%)가 필요한 것으로 꼽혔다. 특히 응답 기업의 66%는 “현재의 전통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융합을 통해 충분히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답했다. 융합 가능한 기술로 정보통신기술(ICT)ㆍ가전 기업들은 사물인터넷(IoT)을 가장 눈 여겨 봤고, 자동차ㆍ부품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로봇, 3D 프린팅, 드론 등을 지목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에 불과하다”며 “단기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선도해 중장기적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혁명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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