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폭언ㆍ욕설, 수업방해 사례
올해 들어 14건… 매년 증가 추세
고교 교사 피해 31%로 가장 높아
세종시 신도심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얼마 전 자신에게 대든 학생 B군만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A교사는 수업 준비도 전혀 해 오지 않고, 옆 친구와 잡담만 하는 B군을 불러 훈계했지만 B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A교사가 B군에게 복도로 나가 잠시 반성하라고 하자 B군은 오히려 폭언을 하며 대들었다. A교사는 “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게 돼 정말 행복했는데 현실 속에선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학생들 때문에 자괴감이 들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신도심 내 또 다른 학교의 C교사는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을 지도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스마트폰을 압수한 뒤 “수업이 끝나면 돌려준다”고 하자 학생이 자신의 면전에서 욕설까지 내뱉었다. B교사는 “쉬는 시간에 다시 타일렀지만 해당 학생은 안하무인이었다. 학생에게 내 머리채를 잡힐 것 같아 무섭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세종시내 각급 학교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막무가내식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세종시교육청의 교육 교권 침해 현황에 따르면 출범 첫 해인 2012년 10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늘었다. 교권 침해의 대부분은 학생들의 폭언ㆍ욕설, 수업진행 방해 등이었다. 매년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도 1건 이상 있었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사회봉사나 특별교육 등 계도 위주의 조치를 했지만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출석정지나 전학 조치까지 한 사례도 있었다. 시교육청이 실시한 교권 침해 설문결과, ‘교권 침해를 느꼈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은 고등학교가 31.8%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도 30.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도 22~25%의 교사가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실제 교권 침해 사례는 학교나 시교육청에 알리지 않은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더 많을 것으로 교육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신도심 모 고교에서 학생이 간부교사에게 대든 것도 모자라 폭행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학생은 결국 퇴학 조치됐다.
시교육청이 각종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교권 보호에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는 교권침해를 서슴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여전한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권 침해 매뉴얼을 보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교권 침해가 빚어지는 것 같다”며 “교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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