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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크린 안에 실존인물 삶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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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크린 안에 실존인물 삶 있다

입력
2016.08.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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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독립투사 김장한은 실제 덕혜옹주와 인연이 깊은 김장한 김을한 형제의 일화를 합쳐서 만든 인물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덕혜옹주’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독립투사 김장한은 실제 덕혜옹주와 인연이 깊은 김장한 김을한 형제의 일화를 합쳐서 만든 인물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실화보다 강력한 드라마는 없다. 설득력을 담보하는 실존인물의 삶은 끊임없이 스크린으로 소환되고 있다. 올 여름 극장가에서도 그간 우리가 잘 알지 못했거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물들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생명을 얻었다.

3일 개봉하는 ‘덕혜옹주’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덕혜옹주는 1925년 열세 살에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나 1962년 쉰의 나이로 고국에 돌아오기까지 37년간 일본에 머물며 강제 결혼과 이혼, 딸의 죽음, 정신병원 입원 등 숱한 시련을 겪었다. 영화는 덕혜옹주(손예진)의 불운한 삶을 김장한이라는 인물의 시선을 통해 비춘다.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은 일본에 볼모로 잡힌 왕실 가족의 망명을 주도하는 독립투사로, 덕혜옹주와 서로 연정을 품은 관계로 그려진다. 가공의 인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실존인물이다. 다만 영화적 허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김장한은 덕혜옹주의 어린 시절 정혼자로 기록에 남아 있다. 덕혜옹주가 일제의 위협에 놓일 것을 염려한 고종이 덕혜옹주가 여덟 살 때 왕실 시종 김황진의 조카 김장한과 약혼을 시켰다. 덕혜옹주와 김장한의 인연은 영화에도 담겼다. 하지만 훗날 김장한이 일본에서 재회한 덕혜옹주의 망명을 시도한 것은 허구다. 임시정부가 영친왕을 상해로 망명시키려 했던 사실을 영화적으로 각색했다.

영화에서 김장한은 해방 이후 한국 정부의 거부로 돌아오지 못했던 덕혜옹주를 어렵사리 한국으로 데려온다. 실제로 1950년대부터 영친왕과 덕혜옹주의 귀국을 위해 헌신했던 김을한 기자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김을한은 김장한의 친형이다. 영화 속 김장한은 덕혜옹주와 인연이 깊었던 김을한ㆍ김장한 형제를 합쳐서 만들어진 인물인 셈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연합군의 인천 상륙을 위해 대북첩보활동을 벌인 해군첩보부대와 켈로부대의 군사작전을 다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천상륙작전’은 연합군의 인천 상륙을 위해 대북첩보활동을 벌인 해군첩보부대와 켈로부대의 군사작전을 다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7일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에도 한국전쟁의 숨겨진 영웅들이 등장한다. 연합군 총사령관 맥아더(리암 니슨)의 지시로 대북첩보작전을 펼친 해군첩보부대와 켈로부대 대원들이다. 그 중심인 장학수 대위(이정재)는 실존인물 임병래 중위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해군첩보부대는 북한군이 점령한 인천 지역에 잠입해 인천 해안의 지형, 기뢰 매설 여부, 북한군의 동태 등을 파악해 연합군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연합군의 인천상륙을 앞두고 인천 영흥도에서 북한군에 포위될 위기에 직면한 임 중위는 동료 부대원들을 모두 탈출시킨 뒤 홍시욱 하사와 함께 자결한다. 포로가 될 경우 인천상륙작전과 관련된 기밀이 탄로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장학수의 결말은 이야기 전개에 맞게 각색됐다. 이정재는 “임 중위의 마지막 모습을 영화에 꼭 반영하고 싶었지만 극중 림계진(이범수)과의 대결구도, 인천상륙작전 시작 시점 등과 맞지 않아 넣을 수 없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영화 ‘국가대표2’(10일 개봉)는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창단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실제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창단됐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대회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영화는 대표팀의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출전기를 담는다. 오합지졸 팀의 주축 선수 리지원은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 탈북자로, 배우 수애가 연기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에서 뛰었던 황보영 선수를 모델로 한 캐릭터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황보씨는 1997년 탈북해 1999년 중국을 통해 입국했다. 서울에서 치과 기공사로 일하면서도 꿈을 놓지 못한 그는 다시 하키 스틱을 잡았고 한국 대표팀 선수로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대회 기간 내외신의 집중적인 관심이 황보씨를 따라다녔다. 북한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파견하면서 남한과 북한이 경기장에서 맞붙게 됐기 때문이다. 빙판 위에서 만난 옛 동료들은 황보씨를 집중 견제했다. 눈길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영화에도 북한팀과 경기를 치르며 힘겨워하는 리지원의 모습이 담긴다. 분단의 비극에서 비롯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다.

‘국가대표2’ 제작사는 “실제로 아오모리 대회에서 탈북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지만 그 선수 개인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진 않았다”며 “영화에 담긴 리지원의 가족 이야기는 허구”라고 설명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영화 '국가대표2' 에서 수애가 연기한 탈북 선수 리지원은 실제로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 주장으로 활약했던 탈북자 출신 선수에서 착안한 캐릭터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국가대표2' 에서 수애가 연기한 탈북 선수 리지원은 실제로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 주장으로 활약했던 탈북자 출신 선수에서 착안한 캐릭터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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