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ㆍ이탈리아 각 도시에서
테러 희생자 추모 미사 함께 열어
IS “교회 십자가 공격하라”
테러 위협 교황에까지 확대
교황 “이슬람과 폭력 동일시 안돼”
反이슬람 정서 확산 경계 주문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연이은 테러 공격으로 유럽 내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가운데 유럽 천주교와 이슬람교가 대대적인 화합 제스처로 폭력에 맞서기 시작했다. 주말을 맞은 프랑스, 이탈리아의 주요 성당에서는 두 종교 구성원이 손을 맞잡고 함께 추모 미사를 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루앙 대성당에서는 가톨릭 신자 2,000여명과 무슬림 100여명이 참가한 합동 미사가 열렸다. 루앙은 지난 26일 IS 추종자인 아델 케르미슈 등 2명이 자크 하멜 신부를 살해한 생테티엔 뒤 루브래에서 약 9㎞ 떨어진 도시로, 당시 인질로 잡혔던 수녀 중 한 명도 이날 미사에 참석해 이슬람 신도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미사를 집전한 도미니크 레브런 대주교는 제단 바로 앞에 앉아 기도하던 무슬림들에게 “모든 가톨릭 신자의 이름으로 환영인사를 전한다”며 “여러분이 미사에 참석한 것만으로 죽음과 폭력을 거부한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과 파리 외곽의 생드니 수도원 성당 미사에도 무슬림 신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테러 후 첫 주말인 데다 이슬람교 지도자들도 모범을 보이며 신도들을 움직였다. 프랑스 무슬림 대표기구인 프랑스무슬림평의회(CFCM)는 앞서 ‘성당 테러’에 대한 연대 애도의 표시로 신도들에게 일요일 미사에 참석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파리 대모스크의 이맘인 다릴 부바쾨르 프랑스 무슬림신앙위원회 회장도 이날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열리는 추모 미사에 참석해 “무슬림은 평화롭게 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무슬림의 연대 움직임은 계속해서 ‘종교 전쟁’을 부추기고 있는 IS에 대한 대항의 표시기도 하다. 31일만 해도 IS는 인터넷 선전지 다비크를 통해 “서방에 숨은 전사들은 지체 없이 기독교인을 공격하라”며 유럽 내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을 비롯한 추종 세력에게 노골적으로 테러를 주문했다. 잡지 표지에도 IS 조직원이 교회로 보이는 건물의 지붕에서 십자가를 떼어 내는 사진을 게재했다. IS는 범 종교적인 평화 메시지를 보내온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서도 “무슬림에 대한 적의를 선의의 베일로 감춰 속인다”며 테러 위협을 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수장으로서 차분한 대응을 이어 가며 격분한 IS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같은 날 폴란드에서 바티칸으로 귀국하는 기내에서 “이슬람교를 폭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사실도 아니다”라며 테러로 인한 반이슬람 정서 확산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이탈리아의 가톨릭교도들도 때로는 폭력을 저지른다며 “거의 모든 종교에는 늘 소수의 근본주의자 집단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의 일성에 화합의 물결은 테러를 경험하지 않은 이탈리아로도 확산되고 있다. 로마 산타마리아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밀라노, 시칠리아, 나폴리 등에서도 가톨릭ㆍ무슬림 합동 미사가 열린 가운데 이탈리아 무슬림단체연합회 이제딘 엘지르 회장은 “테러의 비극을 대화의 장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순간을 만들자”고 종교 지도자들에게 촉구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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