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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친구의 명함

입력
2016.08.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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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낸 안부 문자를 받았다. 전화를 잃어버린 지 10개월쯤 되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번호가 눈에 익어 기억을 더듬다 짐작이 가는 사람의 이름에 물음표를 붙여 보냈는데, 한 번에 맞췄다. 우리는 당장 만나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그는 바뀐 명함을 들고 나타났다. 모두들 등을 떠밀리다시피 은퇴하는 나이에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의 CEO가 된 그는 나의 오래된 친구이다. 옛날부터 그는 늘 조용히 일하고 조용히 탐구하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손에는 역시 터질 듯이 책이 담긴 대형서점의 종이백이 들려 있었다. 그는 30대가 되도록 청바지 하나로 사계절을 살았는데, 모직 바지와 마 바지를 입어보고 난 뒤 그 따뜻함과 시원함에 깜짝 놀랐노라 말한 적이 있었다. 일찍부터 자신이 벌어가며 공부한 그에게 잉여분이란 없었다. 우리는 점심을 해결한 뒤 두 곳의 카페에 더 들렀다. 그로서는 세 계절만의 한가한 시간이라고 했다. 밥벌이가 시원찮은 나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한 카페에서 ‘결제는 이곳에서 하세요’라는 안내 문구에 눈길을 둔 채 내가 중얼거렸다. “결제의 제 자가 왜 이렇게 낯설지?” 그러자 그가 잘 정리해 주었다. “돈을 낼 때는 결제이고, 서류에 날인할 때는 결재야. 한자로는…” 일찍 세상을 떠난 그의 부모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들을 저승에서라도 자랑스러워할 터였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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