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영어(business English) 책자를 보면 고상하고 상식적인 표현만 소개한다. 그러나 영어를 사용하는 직장에서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난감한 때가 많다. 상사가 갑자기 ‘I don’t make the rules’라고 말하거나 ‘I don’t pay you to think’처럼 말할 때는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 표현은 문장 자체만으로는 하등의 잘못도 없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I’ll take that under advisement’의 예처럼 평범한 문장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그건 숙고해 보겠다’ 로 받아들이면 낭패다. 이런 말의 실제 의미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It’s work; it’s not supposed to be fun.’(이건 분명히 일인데 재미로 하는 게 아닙니다)은 말을 들으면 상사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누구나 감지한다. 그러나 ‘Your job is what I say it is’(당신이 해야 할 일은 내가 말하는 것을 하는 겁니다)라고 하면 ‘This is your new priority’(다른 것은 뒤로 미루고 이것부터 해야 합니다)라는 말뜻을 놓치기 쉽다. 무엇보다도 ‘I’ll take that under advisement’의 경우는 ‘I’ll consider that’ ‘I will take it into consideration’ 혹은 ‘It’s a good idea, but I’ll have to take it into consideration’처럼 들리거나 ‘심각히 고려해 보겠다’고 해석하기 쉬운데 사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이 문장을 주고 해석을 부탁하라고 하면 ‘I’ve listened to your advice and I’m going to ignore it’이라고 풀이한다. 즉 직역의 뜻 ‘알았어요, 참고해 볼게요’가 아니라 ‘알았어요, 그러나 그 딴 건 중요하지 않으니 무시하겠어요’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상사가 다소 화난 목소리로 ‘I don’t pay you to think’라고 말하면 모욕적으로 들린다. 즉시 답을 내고 해결을 하지 못할 때 ‘생각만 하다가 월급 받겠다는 것인가’의 뜻으로 하는 말이고 심한 경우 ‘You’re judged by what you do, not what you think.’처럼 말하는 상사도 있다. 또 Customer Service 분야에서 ‘I got an anonymous complaint~’라고 말하는 것도 부하 직원을 질책하려는 문장이다.
직장인 2,000명을 조사한 설문에서도 70% 이상이 위와 같은 표현을 혐오한다고 답했다. 상사가 ‘It’s on my radar’ ‘Peel the onion’ ‘Reach out’ 같은 말을 쓸 때는 정말 참기 힘들다고 한다. 레이더에 잡혔다는 말은 ‘I’m watching you’의 뜻이고, ‘Peel the onion’은 양파 껍질을 벗기듯 생각을 깊게 좀 하라는 질책이고, ‘Reach out’은 열심히 전화도 돌리고 연락도 해보라는 독려다. ‘Can you take it to the next level and report back?’도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보고 좀 해 줄래요?’의 뜻인데 부탁이나 명령보다는 ‘지금까지 실적이 부진하다’는 질책에 가깝다. 이 외에도 경영진이나 상사가 사용하는 소위 management-speak language는 상사의 명령형 문장 때문이 아니라 그 속뜻에 문제가 많아 가장 싫어하는 언어 패턴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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