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람 비하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을 비판한 이라크전 참전 사망군인의 부모를 무슬림이라고 비꼰 발언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면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간 공방전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트럼프는 7월 31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무슬림 입국금지 정책을 비난한 이라크전 참전 사망군인의 아버지 키즈르 칸을 재차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12년 전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캡틴 칸’은 영웅”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를 사악하게 공격한 (캡틴 칸의 아버지) 키즈르 칸에 나도 대응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칸이 비판한 자신의 무슬림 입국금지 공약에 대해서 “급진 이슬람 테러조직에 관한 문제이고, 테러를 근절해야 할 지도자들의 나약함에 관한 문제”라고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트럼프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희생이 뭔지 모른다’는 칸의 발언에 대해서 “나는 많은 희생을 했고 많은 일을 했다.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비즈니스맨으로서 희생했다고 반발했다.
한편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같은 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소재 교회에서 “가족에게 헌신한 키즈르 칸에게 트럼프가 돌려준 것은 무슬림에 대한 모욕과 비하 발언뿐”이라며 “(트럼프는) 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이어 “그것은 바로 헌법에 소중히 간직된 종교의 자유인데, 헌법을 확실히 읽은 키즈르 칸은 그것을 안다”며 트럼프를 에둘러 공격했다. 변호사인 키즈르 칸이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인종ㆍ종교ㆍ성별에 따른 차별금지를 강조하며 조그만 헌법 책자를 꺼낸 뒤 “헌법을 읽어본 적이 있기는 하느냐”고 트럼프를 비판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공방의 주인공인 칸은 31일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시꺼먼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며 “가족들이 그에게 공감이 뭔지를 가르치길 바란다”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또 “그의 정책과 선례를 보면 그가 미국의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헌법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대응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부부 중 키즈르 칸만 연설한 것을 두고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슬람교의 가부장적 문화를 비꼬아 무슬림 비하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에 아내 가잘라 칸은 NBC방송에서 “무대 스크린에 나온 아들 사진을 보는 순간 견딜 수 없었다”며 무대에서 발언하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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