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수석 교체 여부가 시금석
여야의 개각 요구에도 곧 응할 듯
여름 휴가를 마치고 1일 업무에 복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8월은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우병우 민정수석 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이 한달 안에 여론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수세에 몰려 급격한 레임덕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노동개혁 등 박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국정과제들은 사실상 물 건너 가고 내년 초부터는 대선이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된다.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은 여름휴가(7월25~29일) 내내 ‘8월의 승부수’를 두고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교체 여부는 박 대통령의 국정 쇄신과 협치 의지를 드러낼 결정적 지표다. 야권은 31일 “휴가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은 우 수석부터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 수석 거취는 박 대통령 태도 변화를 판단할 첫 번째 바로미터”라고 꼽고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야당의 대응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 수석을 그대로 둘 경우 전방위 국정 흔들기에 나서겠다는 경고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대통령은 더위에 지친 국민들을 위해 우 수석 해임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8ㆍ9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박계와 비박계의 차기 당권 주자들도 우 수석을 엄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우 수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들 중에 결정타는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우 수석을 신임하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 수석에게 ‘정치적 빚’이 없는 박 대통령이 국회ㆍ언론ㆍ민심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에 여권에선 “박 대통령은 떠밀려서 하는 인사를 싫어하는 데다 우 수석에 대한 공격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보기 때문에, 정권이 입을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우 수석을 바꿀 최적의 시기를 올해 안에 고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개각 요구에도 조만간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ㆍ환경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미래창조과학부ㆍ노동부ㆍ외교부 중 4,5개 부처가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청와대 참모들도 일부 바꿀 가능성이 있다. 야권의 표적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차관급)의 교체 가능성도 최근 부상했다.
개각 시기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렸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3년 연속 여름 휴가에서 돌아오자 마자 청와대ㆍ내각 인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하반기 정국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는 점,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약 한 달이 걸린다는 점 등 때문에 이번 주 중에 개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새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우 수석 논란에 묻혀 개각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8월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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