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법 시행령 확정ㆍ의결
임직원 성과보수 체계 의무화
노조 “무리한 끼워넣기” 반발
금융당국이 민간은행을 포함한 금융사 전체 임직원에 대해 성과보수 체계를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도입했다. 현재 민간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정부가 합법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마련한 것이다. 금융권 노조는 ‘상위 법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무리한 끼워 넣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작년 7월 국회를 통과해 올 8월1일부터 시행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의 시행령을 확정, 의결했다. 이번 시행령은 이 법이 대통령령에 위임한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배구조법은 ‘금융사(자산총액 5조원 이상)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에 대해 보수의 일정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해 미리 정해진 산정방식에 따른 보수로 일정기간 이상 이연(移延)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은행 경영진 등이 임기 내 더 많은 성과급을 챙기기 위해 단기 실적을 왜곡하는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성과급을 중장기에 걸쳐 나눠주라(이연)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에 시행령에서 성과급 이연 지급의 대상(17조1항)은 ‘임원과, 증권 및 파생상품 설계ㆍ판매ㆍ운용 담당 직원’으로 한정하면서도, 성과보수 체계 의무화 대상(17조2항)은 ‘전체 임직원’으로 넓혔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부가 민간은행 노사 관계에 개입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라며 “지나친 성과 지상주의의 폐해를 예방하겠다는 상위 법의 취지에도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으로 성과연봉제가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은행권 사측 역시 이번 시행령을 성과연봉제 도입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지난달 27일 금융사 인사담당자 대상 설명회에서 금융위가 ‘노사 합의가 될 때까지는 성과보수 체계가 지켜지지 않더라도 제재를 유예하겠다’고 설명했다”며 “이는 바꿔 말하자면, 금융당국이 ‘은행을 강제할 수단이 생겼지만 당장은 적용하지 않겠다’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지배구조법에 관련 근거를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배구조법은 ‘성과에 연동하는 보수의 비율(연봉 대비 성과급 비중)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시행령에는 이 비중을 정하지 않았다. 애초 법에 있던 임원이나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에 대해서는 성과급 비중을 정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성과보수 의무화 대상을 전 임직원으로 넓힌 상황에서 성과급 비중을 시행령에 명시해 강제할 경우 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 등 위헌 논란 등이 빚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어떻게든 관철시켜 보려는 금융당국의 고심 흔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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