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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정위, 코리안리 항공 보험요율 독점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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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정위, 코리안리 항공 보험요율 독점 조사 착수

입력
2016.08.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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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헬기 보험 갱신 과정서

손보사별 똑같은 보험료 제시”

경찰청 등 정부기관 의뢰에

공정위, 불공정 여부 조사 착수

결과 따라 신생 재보험 설립 등

반세기 독과점 체제 변화올 수도

코리안리 “시스템 이해 부족 탓”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독점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조사는 정부기관이 코리안리의 독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된 것이어서 결과에 따라 국내 재보험시장 판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1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손해보험사 8~9개와 코리안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코리안리를 포함해 2~3개 손보사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조사는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ㆍ시정하는 시장조사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경찰청과 지역 소방항공대 등 정부기관이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헬리콥터)의 보험 갱신 과정에서 손보사들이 수년간 똑 같은 보험료를 제시하자, 그 배경에 코리안리가 책정한 보험요율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헬기 등 항공 보험료 산정은 자동차보험과 달리 사고 경험통계가 부족하고 자산 평가가 어려워 보험사들은 코리안리와 같은 재보험사가 책정한 요율을 이용한다. 경찰, 소방서, 산림청 등이 보유한 헬기는 그 수가 260대에 불과하고 사고 사례도 많지 않다. 재보험사는 자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당 물건의 가격과 위험도를 평가하고 보험요율을 산정해 보험사에 제시하는데, 재보험사가 한 곳일 경우 모든 보험사에 같은 요율을 제시하기 때문에 보험사별로 보험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청 등이 헬기 보험 갱신 계약을 위해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한 결과, 응찰한 손보사들이 모두 똑같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이렇게 결정된 가격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계약 일부를 재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가 100이라면 보통 보험사는 30, 재보험사는 70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경찰청 등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런 독점 구조다. 보험사들이 해외 스위스리나 뮌헨리, 로이드와 같은 재보험사들에 요율을 의뢰해 가격경쟁을 할 수 있음에도 코리안리로부터만 요율을 받는 구조가 수십년째 이어지는 상황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청 항공보험 담당자는 “보험사들이 재보험시장에서 영향력을 앞세운 코리안리와만 계약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시장 독점의 폐해를 들여다봐야 할 때라고 판단해 공정위에 의뢰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항공 보험시장이 협소해 해외 재보험사들로부터 보험요율을 받아도 코리안리보다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해외 재보험사들과의 경쟁 구조 자체를 코리안리가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보험 전문가는 “코리안리가 대부분의 재보험 수요를 가져가는 현실에서 해외 재보험사와 직접 거래를 할 경우 미운 털이 박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공정위의 조사는 일단 코리안리의 항공 보험요율 책정 구조가 독점인지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보험시장 전반에 대한 독과점 체계도 들여다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과에 따라 국내 재보험시장이 신생 재보험사 설립, 해외 재보험사의 사업 확대 등 경쟁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정 부분에서라도 독점이 인정될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리안리 관계자는 “재보험 시스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문제 제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코리안리는 1963년 국내 유일 국영 재보험사로 문을 열었으며 이후 정부의 민영화 방침으로 1978년 고(故) 원혁희 명예회장이 인수한 이후에도 줄곧 재보험 시장을 독식해왔다. 현재는 그의 아들 원종규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코리안리가 인수한 재보험료는 6조4,392억원으로 손보업계 전체 재보험료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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