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예외조항 뒤늦게 논란

지역민원 챙기기 대표적 관행
정당한 의정활동 보기 힘들어
‘고충 민원 전달’이유라지만
다른 청탁 면죄부로 악용 소지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각 의원실로 배달될 물품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공공부문 전반의 청탁ㆍ접대 문화를 규제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서 국회의원의 고충민원 전달이 예외 조항으로 규정된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쪽지예산’으로 대표되는 국회의원의 지역구 민원 챙기기 관행이 ‘부정청탁’인지, ‘정당한 의정활동’인지를 두고선 해석조차 엇갈려 법 시행 후에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국회 입법 논의과정에서 ‘국회의원ㆍ지방의회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ㆍ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법 적용 예외사항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사회 전반이 사소한 민원 청탁조차 제재를 받게 됐는데, 국회의원들만 민원 청탁 관행을 예전대로 보장받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불만으로 ‘국회의원 예외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 사무처는 최근 “국회의원도 부정 청탁을 하면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며 “다만 국민의 고충민원 전달 창구로서의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외조항을 명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김영란법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조항이 허용하는 ‘공적 목적의 민원 전달’의 잣대가 모호해 국회의원 특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쪽지예산’만 해도 법 적용 대상인지가 모호하다. 김영란법은 ‘보조금ㆍ출연금ㆍ교부금ㆍ기금 등의 업무에 관해 법령에 위반해 특정 개인ㆍ단체 법인에 배정 지원하거나 투자ㆍ예치ㆍ대여ㆍ출연토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부정청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상적인 예산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쪽지 예산’도 이 규정에 해당될 수 있고 예외조항이 허용한 ‘공적 목적’으로 보기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회 정무위의 관계자는 “쪽지 예산은 넓게 보면 의정활동의 하나로 부정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으나, 또 다른 관계자는 “정상 절차를 벗어나 지역구 표심을 챙기기 위해 ‘예산 밀어 넣기’를 하는 것인 만큼 공익 목적을 갖추진 못한 부정청탁에 해당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케이스별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 같은 모호함에서 보듯 예외조항이 국회의원들의 다른 청탁 관행에도 면죄부로 활용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국회나 지방의회 의원들만 과거의 청탁 ‘갑질’을 계속한다면 형평성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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