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영남권 당원 대상
5000여석 빈 자리 없이 열기
후보들 ‘계파주의’ 공방 점화
朴대통령에 기댄 후보는 없어
일부에선 관광버스 동원 구태
새누리당 새 대표를 뽑는 8ㆍ9 전당대회를 위해 열린 첫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는 후보들간 계파주의 공방이 시작부터 불을 뿜었다.
대구ㆍ경북(TK)과 부산ㆍ울산ㆍ경남(PK) 지역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연설회가 개최된 이날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은 5,000여 좌석의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낮 최고기온이 36.7도까지 치솟았지만 풍물패까지 동원하며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연설회장에서의 포문은 비박계 정병국 후보가 열었다. 김용태 의원과의 ‘혁신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그는 준비한 원고를 접어둔 채 “이제 친박계 역할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정 후보는 “새누리당은 그 동안 몇몇 당 지도부가 당원을 상대로 ‘갑질’을 해왔고, 그 극치가 4ㆍ13총선 공천파동”이라며 “당이 사망신고 직전인데, 여전히 계파타령을 하며 기득권에 안주하려 한다”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범친박계 이주영 후보는 비박계 단일화야말로 계파 패권주의라고 맞불을 놨다. 이 후보는 “분열과 배제의 정치를 하는 계파 패권주의 탓에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했는데 ‘비박계 단일화’라는 유령이 지금도 새누리당을 떠돌고 있다”며 정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의원은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서로 특정인을 배제하겠다고 하는 게 계파 패권주의 아니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무계파’를 지향하는 주호영 후보는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할 친박계 핵심들을 등에 업고 당 대표가 되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냐”고 가세했다. 주 의원은 특히 이정현 후보를 박근혜 정부 불통의 책임자로, 이주영 후보를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공천 파동의 최대 희생자인 저 주호영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새누리당 혁신의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조 친박’ 한선교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뭇매를 맞고 벌써 서너 달 지났지만 새누리당에는 절박함과 절실함을 찾아볼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 저는 박근혜가 아니라, 이 나라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이정현 후보는 계파주의와 관련한 일체 언급을 자제하며 대신 지역주의 장벽을 넘은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33년 동안 새누리당을 지켜왔으니 여러분이 한 번 저를 지켜달라”며 “이정현이 최초로 호남 출신 당 대표가 돼 차기 대선에서 호남에서 20% 이상 지지를 끌어내 정권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이날 연설회는 경남에서 열린 만큼 이주영 후보를 비롯한 영남권 후보의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다른 지역 후보들보다 응원 열기가 더 뜨거웠다. 특히 연설회장 주변에 일부 후보 이름이 적힌 관광버스가 대거 목격되는 등 ‘동원선거’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2년 전 전대 첫 합동연설회 당시 김무성ㆍ서청원 후보를 포함한 대부분 당권 주자가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는 영상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영남권 합동연설회임에도 박 대통령에 기댄 후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연설회에 이어 3일(전북 전주)과 5일(충남 천안)ㆍ6일(서울) 등 총 4차례의 권역별 현장 협동연설회를 개최한다. 당 대표 후보자간 TV토론회도 1일과 2일ㆍ4일 예정돼 있다. 창원=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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