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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전환… 속내 드러내는 에르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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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전환… 속내 드러내는 에르도안

입력
2016.07.3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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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쿠데타 시도 당시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 수도 앙카라 교외 경찰 특수부대 본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앙카라=터키대통령궁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쿠데타 시도 당시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 수도 앙카라 교외 경찰 특수부대 본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앙카라=터키대통령궁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터키 軍ㆍ정보부 통제 강화 시도

“쿠데타는 정보실패 탓” 구실로

권한 대폭 홛개한 개헌안 발표

러시아에 밀착 외교 추진

美ㆍ유럽 ‘법치 훼손’ 우려 일축

푸틴과 회담선 관계 개선 전망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군과 정보부를 대통령 지휘하에 두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동시에 친 러시아 쪽으로 외교노선을 바꿀 의도를 드러냈다. 지난달 발생한 쿠데타 재발 방지를 구실로 사실상 대통령제로의 전환 계획을 분명히 하면서 쿠데타 세력을 알게 모르게 지지한 서방에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이에 연일 언론탄압의 수위를 끌어올리며 쿠데타 국면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끝내 대내외적으로 ‘술탄’지휘 확보의 노림수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A-하베르TV와의 인터뷰에서 “터키 국가정보청(MIT)과 군 참모총장을 대통령 지휘하에 두는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형식상 의원내각제 국가인 터키는 총리가 정보부와 군을 통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를 막지 못한 원인이 정보실패에 있다고 지적하며 이와 같은 개헌안을 내놨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타르 알자지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표면상으로는 의원 내각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서방에서는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제로 가는 초석을 놓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쿠데타 배후 조사를 구실로 한 반대파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쿠데타가 발생한 7월 15일부터 현재까지 가담 장성과 군인은 물론 공무원과 언론인 등 총 1만8,000명 이상을 억류해 쿠데타 관련 여부를 조사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도가 의심되는 부분은 언론 통제다. 터키 정부는 신문 방송 잡지 출판 등 언론사 130여개에 폐쇄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기자 21명을 체포해 이스탄불 법정에 세웠다. 터키에서 활동하다 2년 전 추방당한 언론인 마히르 제이날로프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연령대와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언론인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했다”며 “터키 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 제기되는 터키 내 ‘법치 훼손’ 우려에 거칠게 반응했다. 그는 29일 대통령궁 연설에서 “(쿠데타 시도 후) 유럽연합(EU)이나 서방에서 단 한 사람도 내게 찾아와 위로를 전하지 않았으면서 내가 화났다고 말하고만 있다”고 불만을 터트린 후 “터키의 민주주의나 우리 국민 삶과 앞날은 걱정하지 않고 쿠데타 가담자들의 운명만 걱정하는 이들은 우리의 친구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서방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서구 언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급기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 지도자들보다 같은 독재자 성향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호감을 느끼고 아예 친러 노선으로 갈아탈 것이라 우려하고 나섰다. 두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터키 공군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며 관계가 냉각된 이래 처음으로 9일 정상회담에서 대면하고 구원(舊怨)을 털어낼 전망이다.

6월부터 화해 조짐을 보였던 양국 관계는 쿠데타를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푸틴 대통령은 터키 쿠데타 진압 하루만인 지난 17일 직접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 의사를 전했다. 터키 정부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했던 터키 공군 조종사 2명을 모두 쿠데타 가담자로 분류해 수감했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두 국가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입장이 다르지만 쿠데타 이후 미국과 유럽의 개입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손길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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