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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 발 미세먼지의 의미

입력
2016.07.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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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미세먼지 시즌이 지나고 장맛비와 함께 냄비처럼 끓던 미세먼지 관련 여론도 조금은 잠잠해졌다. 지금은 7, 8월의 뙤약볕과 함께 방문한 오존 시즌이다. 하지만 11월부터 중국 겨울철 난방 시작과 함께 미세먼지는 다시 찾아올 것이고 우리 시회를 다시 비등하게 할 것이다. 문제는 봄, 겨울마다 반복되고 대책도 반복된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잠잠한 지금이 오히려 좀 더 차분하게 이 문제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도 든다. 끊는 물 속에서는 대중도 언론도 정책 담당자도 가끔은 이성보다 정서적으로 반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중국 겨울철 난방 시작과 함께 우리나라 미세먼지 시즌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말을 바꿔 중국 영향이 없다면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 미세먼지 농도에 기여하는 기여율은 전문가에 따라 연평균 기준 30~60%로 매우 다양하다. 사실 누구도 제대로 계산해 보지 않았고 산출해 보지 못했다. 이 말은 중국 기원 미세먼지의 기여율 계산이 쉽지만은 않은 문제라는 얘기도 된다. 한국 정지궤도 인공위성 광학 미세먼지 자료를 이용해 계산해 본 바로는 이 기여율이 대략 연평균 기준 50% 정도일 것 같다. 물론 미세먼지 시즌인 봄철에만 계산해 보면 70%까지 상승한다.

현재 우리나라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대략 46μg/㎥ 정도다. 낮은 농도는 아니다. 그런데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기여하는 기여율이 30~50%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얘기는 매우 달라진다. 우리가 전혀 원치 않는 중국의 기여가 만약에 없었다면 우리나라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3~32μg/㎥ 정도가 되는 셈인데, 이 수치는 도쿄, 런던, 파리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어쩌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미세먼지를 꽤 괜찮게 관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우리는 우리나라 발생 미세먼지와 그 전구물질(질소산화물, 암모니아, 아황산가스) 배출을 대폭적으로 감축하자고 얘기한다. 5월 진행된 미항공우주국(NASA)의 항공기 캠페인이 여기저기서 거론되고 충청도 화력발전소에서 디젤차, 삼겹살구이집까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우리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노력으로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획기적으로 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가장 커다란 배출원이 우리가 아니기 때문이고 우리나라처럼 촘촘하게 살며 고도로 산업화된 곳에서 나오는 23~32μg/㎥라는 수치는 꽤 낮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이 숫자를 크게 줄일 여지가 정말로 많이 남아 있기는 한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좀 다른 방향의 노력과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물론 중국도 현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해서 국제적인 조약의 틀 아래서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하려는 환경외교적 시도도 중요하다. 동시에 동아시아 미세먼지 및 전구 물질 배출을 탄소배출권 거래제처럼 배출권 거래제(Cap and Trade Policy)로 묶어 배출 억제에 동기를 부여하는 국제경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유럽연합(EU)에는 CLRTP(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Pollution)라는 이웃나라에서 넘어오는 대기 오염물질 문제를 다루는 협의 체제가 이미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중국과의 공조 없이 정부가 10년 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런던, 파리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하기에 하는 말이다.

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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