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뒤늦게 의장성명 수정해달라 요구했지만 실패
남북 대표단 시내 쌀국수 집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최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핵 비판 내용이 담긴 의장 성명에 대해 수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8일(현지시간) ARF 의장국인 라오스 정부가 의장 성명을 공식 발표하자 성명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고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번 성명은 "장관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1월 6일 핵실험, 2월 7일 로켓 발사, 7월 9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현 한반도 상황 전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지난해 성명에 없었던 북한의 구체적 도발 사례를 직접 명시한 것이다.
북한은 핵 개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성명에 함께 넣어줄 것을 라오스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라오스 측은 한때 한국 등 북핵 문제 당사국에 "추가적으로 문안 협의를 하자"고 연락을 취했지만 우리 측은 미국 등 우방국들과 협의해 문안 수정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문안 수정은 없던 일로 됐고 리 외무상은 빈손으로 북한으로 돌아갔다.
또 지난 25일 열렸던 'ARF 만찬' 당시 외톨이 신세였던 리 외무상이 자리 배치에서부터 따돌림을 당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알파벳 국가명 순서로 자리가 배정됐으나, 리 외무상 옆자리에 앉게 될 모국가 외교장관이 북한 옆자리에 앉는 게 곤란하다는 입장을 주최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리 외무상 자리는 만찬 직전 급작스럽게 바뀌어 파키스탄과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 사이에 앉게 됐다. 자리 배정 조정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옆자리였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자리를 바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옆에 앉게 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만찬장에서 리 외무상은 옆자리 장관과 의례적인 인사만 하고 혼자 식사만 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존 케리 미국 외교장관은 각국 장관들과 인사하면서도 리 외무상만은 투명인간 취급하듯 무시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편 ARF가 폐막한 다음날 우리 대표단 일행이 비엔티안 시내의 한 식당에서 리 외무상 일행과 조우했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7일 낮 우리 대표단이 점심식사를 위해 시내의 한 유명 쌀국수 가게를 갔다가 먼저 식사를 하고 있던 리 외무상 등 북측 일행과 마주쳤다는 것이다. 양측은 서로 아는 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식통은“남측 대표단임을 눈치챈 북측 수행원들이 유난히 남측 일행을 매섭게 쳐다봤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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