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근무환경… 스타트업 찾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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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근무환경… 스타트업 찾는 청춘들

입력
2016.07.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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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레시 휴가ㆍ자율근무제…

창의ㆍ복지 강조 기업 만족도 높아

취준생 연봉 낮아도 삶의질 추구

대기업들도 수평 문화 벤치마킹

‘날 찾지마 휴가(연 5일)’ ‘샌드위치데이는 전부 휴무’ ‘오래 앉아 있어도 편한 목받침의자’

이달 초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낸 콘텐츠업체 L사는 이런 근무조건을 내걸었다. 날 찾지마 휴가는 법정연차나 근속 휴가 외에 재충전을 위해 추가로 쉴 수 있는 제도다. 연휴 사이에 평일이 끼어 있는 ‘샌드위치 휴일’도 모두 쉰다고 못박았다. 또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업무 특성상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과 의자를 구비했다고 소개할 정도로 직원들의 사내 복지에 공을 들였다. 덕분인지 L사는 2013년 설립 이후 급성장 중이다. L사 관계자는 29일 “쾌적한 근무환경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스타트업(Start-upㆍ신생 벤처) 등 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복지와 편안한 업무 환경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아이디어 배출을 위해 유연한 근무조건을 내세운 기업들의 변화에 이끌려 젊은 구직자들이 연봉이 높지 않더라도 일상 속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빡빡한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리프레시(Refresh) 휴가’와 ‘자율출근제’는 달라진 기업문화를 대변하는 대표 사례다. 한 달에 한 번 2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2시간 일찍 퇴근이 가능하게 하거나 경조사 등 개인적 용무가 있을 때 조기 퇴근을 허락하는 식이다. 창의력이 중요한 스타트업들은 한 술 더 떠 사업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이어트 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D사에는 사무실 안에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D사에 근무 중인 성모(26ㆍ여)씨는 “건강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실제로 직원의 건강을 챙겨주고 휴식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L사의 경우 월급 외에 도서구입과 영화관람 등이 가능한 문화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자율적인 사내 분위기는 오히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해야 하는 신생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직원이 회사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만족도가 고객이 받는 서비스에 녹아들 수밖에 없어 구성원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차별화한 복지 방안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근무환경에 매료돼 과감히 이직을 택하는 청년 직장인도 늘고 있다. 대기업을 1년 다니다 최근 소규모 여행사로 옮긴 윤모(27)씨는 “성수기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자율출근제가 정착돼 힘들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연봉은 크게 깎였어도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들 역시 업무 부담이 적은 일자리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이모(27)씨는 “선배들이 급여만 보고 덜컥 취업했다가 살인적 근무강도에 질려 퇴사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며 “전공과 관계없이 자기계발 시간을 보장하는 회사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스타트업 근무환경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근무조건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스타트업 재직자(46.4%)가 대기업ㆍ공공기관 재직자(40.0%)보다 높게 나타났다. ‘매우 만족한다’는 비율도 스타트업(14.9%)이 대기업(7.7%)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많았다.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신생 벤처의 수평적 조직문화를 적극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사제도 개편방안을 내놓고 내년 3월부터 임직원간 호칭을 직급이 아닌 ‘○○○님’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자율출퇴근제, 재택근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스마트근무제’를 은행업계 최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다만 자율성에 기반한 기업문화는 하향식 전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방식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장 상황에서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직원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복지의 추세가 바뀌고 있다”며 “유연한 근무환경의 취지는 좋지만 휴식조차 강요로 받아들여지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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