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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억] 세기의 결혼식, 비운의 다이애나

입력
2016.07.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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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7월 29일, 영국 세인트폴 대성당. 7m에 이르는 아이보리색 실크드레스를 입은 수줍은 처녀가 사뿐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구촌 7억 명 시청자들의 시샘과 축복을 받으며 성당에 들어선 20세기 동화 속 주인공은 스무 살을 갓 넘긴 유치원 보모 다이애나 스펜서였다.

버킹엄 궁 발코니에 오른 다이애나는 영국 왕위계승 서열 1위이자 12살 연상의 찰스 왕세자 품에 안겨 키스를 나눴다. 하지만 전 세계 연인들의 환호를 받으며 왕실 최초의 공개 행사로 진행된 키스의 달콤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더 이상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었다.

찰스는 다이애나와의 결혼 후에도 과거 연인이었던 유부녀 카밀라 파커볼스와 관계를 유지해왔고 다이애나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지위에 대한 강박감으로 결혼생활 내내 고통에 시달렸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푸대접에 맞서 자살까지 시도했던 그는 92년, ‘다이애나 그녀의 진실’을 통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낱낱이 폭로한 후 96년 이혼과 함께 왕족의 지위마저 잃었다.

비운의 프린세스는 왕세자비의 굴레를 벗고 지뢰 퇴치와 에이즈 예방운동에 전념하며 봉사를 향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녀의 인생에 있어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뿐, 비운의 운명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1997년 8월의 마지막 날, 다이애나는 새 연인이었던 이집트 재벌 도디 알 파예드와 파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며 36년 간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세기의 결혼식의 끝은 비극이었다.

손용석 멀티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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