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공과대학에 다니는 A씨는 3년 동안 교내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어려운 전공과목을 많이 들어야 했으나,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 될 거라고 여겨 신청했다. 그런데 이수를 완료한 직후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해당 대학의 프로그램이 재인증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A씨는 황당했지만, 크게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공대생들 사이엔 공학교육인증이 진학ㆍ취업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학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2001년 도입된 공학교육인증제도가 빛을 보지 못하자 정부가 ‘당근’을 내놓았다. 정부는 29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학생에게 2018년부터 국가기술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과대학 혁신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술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별도 시험을 봐 기사 자격증을 따고 4년간 실무경력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공학교육인증을 받으면 기사 자격증이 없어도 기술사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두 제도를 연계해 공학교육인증 취득 동기를 부여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기술사가 되려는 학생들은 공학교육인증에 좀더 관심을 좀더 가질 것 같긴 하지만 얼마나 참여가 늘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 따르면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대는 현재 163개교(4년제) 중 85개 수준이지만, 신규 도입은 급감하고 있고, 중도 폐지하는 곳도 생겼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공대 혁신 방안에는 공대생의 업무수행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ㆍ검증하는 ‘공학 실무역량 평가’의 도입도 포함됐다. 기업들이 직접 설계한 평가방법을 2018년까지 마련해 직원 선발 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자체 평가방법을 보유ㆍ실행하고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적 문제의 해결책을 학생들이 기획ㆍ연구하는 ‘이공학연구팀제’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방안에 담겼다. 미래부 관계자는 “첫해인 내년에는 400개팀을 선발에 총 50억원 정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공대생은 “지도교수 연구실에 속해 있는 한, 학생이 연구를 주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인들과 교류하는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실험실습 장비를 확충하는 게 더 현실적인 혁신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선 성범죄자 감시 강화를 위해 전자발찌와 위치추적 장치가 결합된 ‘일체형 전자발찌’를 개발하고,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아동학대 조기발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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