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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영란법, 지킬 수 있느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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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영란법, 지킬 수 있느냐가 문제다

입력
2016.07.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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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예정대로 시행된다. 이 법은 공직자의 청렴성 제고로 공직사회의 부패를 방지하고자 제정됐다. 김영란법은 24개 조항에 불과하다. 비교적 간단한 법률이지만, 그 영향력은 수백 개 조항을 가진 법률 못지않다.

그간 공무원에게 인·허가 등의 신청을 할 때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공직자와 업무상 접촉할 때는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로 여겨졌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뇌물을 인정(人情)이라고 했다. 인정(뇌물)은 공직자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도 관대하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공직자에게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청하는 행위가 곧 부정청탁이고 이 법이 금지하는 대상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아우성이 일고 사회적으로 논쟁을 벌였지만, 중요한 점은 과연 우리가 이 법을 지킬 수 있느냐 여부다. 법은 제정되었다고 생명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지킬 수 없는 법은 폐지된다. 미국의 금주법을 기억해 보라. 김영란법 때문에 공직사회는 긴장하게 될 것이며, 관행으로 여겨왔던 일이 규제대상으로 변한 불편한 현실에 직면할 것이다. 아직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한 끼의 식사도 긴장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8일 모든 쟁점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했지만 이것으로 위헌 시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위헌시비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헌재 재판관들의 반대·보충의견은 6개 쟁점에 걸쳐 있다. 이는 앞으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거나 징계처분을 받는 공직자가 생길 것이고, 이런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이 법이 위헌이라고 위헌법률심판청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심판을 거친 이 법은 다시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금지사항 위주의 이 법으로 투서와 같은 음해행위의 증가도 우려된다. 분명 법 시행은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겠지만, 새로운 불신사회의 도래도 염려된다. 특히 어떤 법도 재물을 향한 인간의 탐욕 자체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법 위반 여부로 수사 받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 검찰은 다시금 강력한 권력을 휘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에서 ‘공직자 등’에 공무원만이 아닌 사립학교와 언론사를 포함하고 있는 것도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법 시행 후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언론사는 공무원의 직무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언론기관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금지규정이 말하는 ‘공무’를 수행하지 않으며 처분권한도 없다. 헌재는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해 공직자에 준하는 청렴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교수, 언론인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형근ㆍ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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