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작되는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해 우승하겠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중간보급을 받지 않고 요트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단독, 무기항, 무원조 세계일주의 대기록을 세운 김승진(54)씨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의 새로운 도전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펼치는 ‘IMOCA 오션마스터스 월드챔피언십’이다. 장장 4년간 세계일주, 대서양 횡단을 코스로 총 10개 대회가 열리며 각 대회 별 성적을 합산해 세계랭킹을 메기는 것이다. 지금껏 국내 출전선수는 없었다.
시작은 내년 11월 프랑스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횡단하는 ‘루트 두 럼’이다. 김씨는 여기에서 “3위권에 드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경험을 쌓아 2018년 12월 열리는 세계일주 대회인 ‘바르셀로나 월드레이스’에 출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월드레이스는 스페인에서 출발하는 세계일주 코스다. 김씨는 “지난 대회 10위권 성적인 78~105일 사이에 완주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회는 프랑스를 출발해 세계일주하는 ‘방데 글로브’와 함께 월드챔피언십의 양대 산맥이다. 두 대회는 코스 길이가 4만㎞를 넘는다. 나머지 대회는 1만㎞ 이하다.
대회 별로 차이는 있지만 출전하면 최소 한 달에서 길게는 100여 일을 거친 파도와 싸워야 한다. 하루 수면시간은 모두 합쳐 4, 5시간뿐. 그것도 쪽잠으로 해결해야 한다.
김씨는 “지난 시즌 우승한 프랑스 장 리 캠은 나보다 세 살 많은 57세였다”며 “중요한 것은 체력보다는 연륜과 지혜이다.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김씨에게 필요한 것은 ‘바다의 거인’으로 불리는 초대형 요트다. IMOCA협회의 출전자격을 얻기 위해 필수인 이 요트는 길이 18.28m, 폭 5.85m, 수면상 높이 29m의 규모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중고 요트 가격이 20억원, 새 요트를 만드는데 40억~60억원이 든다. 여기에 2, 3명으로 구성된 선수단과 육상지원팀, 기술팀 등의 운영비로 연간 2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김씨는 “전 세계에 홍보 효과 있다는 점은 이미 입증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회 참여경비를 대줄 후원사를 모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우승 다음에는 부산과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태평양 횡단 세계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아라파니(바다달팽이의 순우리말)호를 타고 단독 바다길 세계일주를 무기항ㆍ무원조로 성공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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