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들 선망하는 강남 3구, 노동 강도는 하늘과 땅 차이

일자리는 풍부하지만…

유동인구 많고 소득수준 높아 육체ㆍ정신적 피로도 훨씬 커

고객車 주ㆍ정차 단속 막기 위해 번호판 가리다 형사 입건도

시급도 많지 않아…

서울 평균보다 132원 높을 뿐

부유층 보며 상대적 박탈감… “쥐꼬리만한 급여가 우스워져”

폭염이 기승을 부린 날, 신촌에서 인형탈을 쓰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뉴스1

“강북에서 몇 년씩 일하는 사람도 여기서는 보름도 못 버티고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예요.”

서울 강남역 인근 한 편의점에서 만난 박모(35)씨는 28일 ‘강남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의 비애를 이렇게 토로했다.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인 박씨는 동대문구 편의점에서 일하다 1년 전부터 집 근처인 이곳으로 옮겼다. 하지만 노동 강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유흥업소와 각종 학원이 밀집한 강남역 주변에서는 사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자칫하면 범법자가 될 위험성까지 감수해야 한다. 박씨는 “가령 담배 구매 고객은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지만 야간에는 결제 대기 손님이 많아 그냥 지나치기 일쑤”라며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다가 적발돼도 내가 벌금을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하루 8시간 고되게 일하고 받는 시급은 최저임금인 6,030원. 사장은 야간에 일할 때만 힘들다며 선심 쓰듯 7,000원을 주고 있지만 고된 업무를 감안할 때 적어도 9,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흔히 일자리가 풍부한 서울 강남 3구(서초ㆍ강남ㆍ송파)는 알바생들이 선망하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2016년 2분기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를 보면 강남 3구는 25개 자치구별 채용 공고 표본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일자리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시급도 6,850원으로 서울 전체 평균(6,718원)보다 132원 높았다.

그러나 체감 임금으로는 결코 많지 않다는 게 알바생들의 인식이다. 타 지역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고 소득수준이 높아 알바생들이 겪어야 하는 육체적ㆍ정신적 피로도가 훨씬 큰 탓이다. 서초동 법원 근처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모(22)씨는 “고향인 울산보다 시급은 겨우 200원 더 주는데 반해 고객들의 요구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일이 끝나면 매번 파김치가 된다”고 말했다.

부유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 특성상 발레파킹처럼 위험 부담이 큰 업무도 감수해야 한다. 청담동 한 음식점에서 발레파킹 기사로 일하는 김모(43)씨는 “대부분 고급 외제차들이 드나드는데 사고가 나면 회사에서 80% 정도 부담해주지만 알바생 책임도 20%가 돼 항상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때로 고객 차량의 주ㆍ정차 단속을 막아 주기 위해 번호판을 가리는 편법을 쓰다 보니 형사 입건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들을 또 괴롭게 하는 건 상대적 박탈감이다. 양재역 오피스타운 인근 카페에서 서빙을 하는 취업준비생 장모(25ㆍ여)씨는 출근ㆍ점심시간에는 대기업 직원들을, 손님이 뜸한 오후에는 부유한 자영업자들의 시중을 든다. 장씨는 “잘 나가는 직장인들과 한 달에 수억 원을 버는 부동산업자들을 번갈아 상대하다 보면 쥐꼬리 같은 내 급여가 우스워진다”면서 “차라리 나와 처지가 비슷한 또래한테 무시를 당할 때가 맘은 더 편했다”고 털어놨다.

아르바이트 고용에 대해서는 정부 조사나 통계도 단순하기 짝이 없어 실상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기준 등에 따라 노동의 질을 다양하게 살펴보지만 아르바이트는 사실상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꾀하려면 먼저 실태를 파악하고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아르바이트가 하나의 직업 유형으로 자리잡은 이상 노동 당국이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통해 노동법이 보호하는 범주 안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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