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특정 사업 아니다
이름 바뀌더라도 정신 남을 것
한국의 독창적 모델 자리잡는 중
기업가 정신 확산 등 변화 기여”
1,135개 창업기업과 1,605개 중소기업에 2,834억원의 투자 유치. 창업기업의 매출 증가는 1,605억원, 고용 창출은 1,359명.
28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출범 2년차에 접어든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의 종합 성과를 발표했다. 양적 성장은 분명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창조경제의 성과는 여전히 미지근하다. 정부가 앞장 서 인위적인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창조경제’의 지속성이다. 지난 26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다음 정부에서도 창조경제의 틀은 지속되고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공을 들였던 ‘녹색성장’ 사업이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것처럼 창조경제의 개념이 다음 정부 때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최 장관은 “창조경제는 특정 사업이 아니라 경제 전체를 굴리는 개념”이라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에 기술을 입히고 부가가치를 높여 신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큰 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녹색성장 사업들도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정책으로 현 정부에서 오히려 패러다임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녹색성장이 기후변화 대응으로 자리매김했듯이,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혁신경제, 융합경제 등 이름은 바뀌더라도 창조경제의 정신은 계속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취임 후 2년여 간 창조경제 정책을 이끌어온 최 장관은 가장 큰 변화로 “기업가 정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유학을 떠나거나 취업을 택했을 학생들이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창업을 이루기 힘든 꿈처럼 여겼던 시민이 직접 벤처기업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안정보다 도전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경제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장관은 “혁신센터를 통해 국내에서 이른바 ‘대박 기업’을 발굴하려는 외국의 벤처캐피털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혁신센터가 대기업에 의존해 운영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혁신기업을 알아보고 가치를 부여해 키워내는 역할을 외국에선 투자회사들이 해왔지만, 국내엔 그런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이 한국의 독창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센터를 방문하며 만났던 창업기업 중 인상 깊었던 곳으로 최 장관은 ‘닷(DOT)’과 ‘CES’를 꼽았다. 닷은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했고, CES는 탄소섬유를 비닐하우스 난방에 이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최 장관은 “청년 대표의 자신만만한 사업소개 발표 후 투자자들 질문이 쇄도하더니 닷은 결국 10여개국과 25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고, 해외 곳곳에 지사까지 만들고 있는 CES 대표는 평범한 농민 출신”이라며 “누구나 대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만든 나이앤틱 같은 기업이 한국에 나타나지 않는 아쉬움에 대해 최 장관은 “그만한 실력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나 게임은 발전했지만 정작 외국에서 주목하는 캐릭터나 아이콘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포켓몬 고’는 기술보다 캐릭터의 가치로 빛을 본 게임이다. 최 장관은 “우리 기업들이 당장 돈 되는 국내시장에 의존하느라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의 힘을 키우는데 힘을 쏟지 못했던 점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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