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윤리위원회가 이른바 친박 실세의 20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을 덮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당내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가 나서 연루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당은 진상규명에 손도 못 댄 채 수사기관의 처분만 기다려야 할 처지다.
비박계 김세연 의원은 28일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윤리위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당원과 국민의 기대를 감안해 윤리위가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혁신비상대책위원인 김영우 의원도 이날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윤리위가 특정 정파나 계파의 유ㆍ불리를 따지는 정무적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리위가) 친박에 불리한 윤리 심사는 못하겠다고 한다. 오늘은 새누리당 윤리위의 사망 선고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하며 윤리위의 재구성을 주장했다.
윤리위는 앞서 27일 최경환ㆍ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역구 변경 압박 등이 담긴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8ㆍ9 전당대회 전까지 조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대를 앞두고 계파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치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것”이라며 “당이 어려운 지경이고 잘 화합해 시작을 해야 하니 새로운 갈등과 분열 요인을 줄이자는 충정도 깔려 있는 것”이라고 윤리위 결정을 두둔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이날 본보 통화에서 “꺼진 불이 아니다”라며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바뀐 당헌ㆍ당규에 따라 검찰 격인 당무감사위가 신설돼 조사를 하거나 윤리위가 재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사이 참여연대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날 윤ㆍ최 의원과 현 전 수석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 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공천 개입은 당내 경선의 자유를 침해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위법행위지만 새누리당은 자체 조사도 하지 않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방관만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5월 친박계의 조직적인 보이콧으로 개의조차 불발된 상임전국위ㆍ전국위 무산 사태, 4ㆍ13 총선에 앞서 터진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한 막말 파문 등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 없이 넘어가 당내 반발을 샀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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