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에서 계속된 난민ㆍ이민자 가정 출신 테러로 난민 개방 정책을 앞서 추진하다 국내외의 압박을 받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환영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와 더불어 난민 환영을 강조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폴란드에서 “이민자 공포를 이겨내라”고 역설하며 반이민 정서에 제동을 걸었다.
메르켈 총리는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잇따른 테러 사태가 “이민자들을 포용한 독일을 비웃은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뒤이어 “충격적이고 억압적인 사건이지만 독일 정부가 통제력을 잃은 것은 아니”라며 “우리는 여전히 대응할 수 있다(Wir schaffen das)”고 반복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18일 뷔츠부르크의 도끼 만행, 22일 뮌헨 총기난사 사건, 24일 인스바흐 폭탄테러 등 일련의 테러가 노리는 바가 반이민 정서의 확산으로 포용 정책을 폐쇄 정책으로 전환케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우리(독일)의 열린 마음과 의지를 약화시키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난민 수용은)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가 지닌 역사적 의무이자 도전”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대테러 대응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테러 작전시 필요에 따라 연방군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난민 지위가 거부된 이들의 추방 절차 완화, 난민 등록 등 절차 신속화 등 9개항의 정책 개선안을 내놓았다. 독일 연방군 투입은 그간 대테러 대응에선 금기시돼왔지만 기독민주당(CDU)과 함께 집권 연정을 떠받치는 기독사회당(CSU)에서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27일 폴란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민자에 대한 포용을 변함없이 주장했다.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제31차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교황은 “전쟁과 허기로부터 도망친 이들을 환영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며 이민자에 대한 너그러운 자세를 역설했다. 앞서 이탈리아 로마에서 폴란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불거진 ‘가톨릭-이슬람 종교 전쟁’론을 비판하며 “내가 말하는 전쟁의 원인은 자원, 돈, 통치권 등이지 종교가 아니다. 모든 종교는 평화를 원하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의 발언은 특히 전날 프랑스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의 자크 하멜(86) 신부가 무장집단 이슬람 국가(IS) 가입을 희망한 청년 2명에게 살해당한 사건 후에도 유럽이 무슬림 이민자를 환영해야 한다는 교황의 의견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또한 폴란드의 우익 성향 법과 정의당(PiS) 정권이 유럽연합(EU)의 이민자 수용 할당을 거부하는 등 반이민 정책을 표방해 온 것을 비판하는 의미기도 했다. 기독교 국가인 폴란드에는 무슬림 이민자의 증가 후 안보불안과 문화충돌에 대한 우려로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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