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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만든 황룡 울음소리, 우상숭배 부추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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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만든 황룡 울음소리, 우상숭배 부추길까

입력
2016.07.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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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 천장호 출렁다리 앞에 들어선 황룡 조형물. 청양군 제공/2016-07-28(한국일보)
충남 청양군 천장호 출렁다리 앞에 들어선 황룡 조형물. 청양군 제공/2016-07-28(한국일보)

관광용 조형물로 만든 용(龍)에서 퍼져나오는 울음소리가 우상숭배를 부추길까.

충남 청양군(군수 이석화)이 관광상품으로 창안한 ‘황룡 울음소리’가 일부 종교계의 미신 조장론에 막혀 4개월째 시연조차 못하고 있다. 그저 관광객 유치를 겨냥해 세계 최초로 기획한 스토리텔링 상품이란 주장에 맞서 기독교계 등이 우상숭배가 아니냐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군에 따르면 칠갑산 천장호변을 관광상품화 하기 위해 이른바 ‘영물 마케팅’에 착안, 2009년 명물 출렁다리 앞에 높이 6m, 폭 2.5m 크기 황룡 조형물을 설치했다. 천장호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승천하려던 황룡이 자신의 몸을 바쳐 다리를 만들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이를 본 호랑이가 영물이 돼 칠갑산을 수호하고 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청양군은 이 전설을 스토리텔링화하자며 지난해 7월부터 황룡 조형물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울음소리를 공모했다. 군은 물과 바람 등 자연의 소리를 배경으로 황룡이 승천할 때 내는 울음소리 음향을 4분여 분량으로 제작. 지난 4월 칠갑산장승문화축제 때 천장호 황룡정 현판식에 맞춰 시연을 시도했다.

하지만 일부 종교인들이 미신을 조장한다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뜻밖의 찬반 갈등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군은 굳이 지역갈등을 확산시킬 이유가 없다며 일단 울음소리 공개를 포기했다.

이렇게 되자 지역 경제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관광객 유치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한 요식업계 등이 청양군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요식업협의회는 물론 숙박업협회, 다방업협회, 소상공인협회 등 회원 400여명이 집단으로 황룡 울음소리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내년이면 서산 대산항이 개항해 충청권에도 중국 관광객이 몰려온다”며 “청양군이 선견지명으로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룡 마케팅을 시도했고, 또한 세계 최초로 용 울음소리 재현 이벤트까지 내놓은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군의회(의장 이기성)도 지난 달 실시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황룡 울음소리 마케팅은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아이디어 사업인 만큼 일부 군민의 반대를 이유로 중지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일부 종교계의 이견을 일축했다. 정창용 군의원은 “종교계 일각에서 미신 또는 불교 연관성 등을 앞세워 펴고 있는 반론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논쟁을 불식하고, 주민간 화합 속에서 용 울음소리를 조속히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양군 관계자는 “용은 국가의 수호신이자, 왕실의 조상신이고, 또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숭배한 상상속의 영물”이라며 “여느 지역과 차별화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중국 관광객 유치 등 경쟁력을 갖추려 심혈을 기울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양군은 칠갑산 기슭에 장승공원을 건립할 때도 특정 종교단체에서 우상숭배를 조장한다며 반대해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전통민속이나 전설을 관광상품화하는 현실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로 갈등을 풀었다. 지금은 장승축제까지 열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최정복 기자 cjb@hankookl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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