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월세 임차인 가입 대상
정부, 2조원대 투자풀 내년 출시
3년 예금이자+1%수익률 기대
“4년 넘도록 돈 묶이는데…
투자할 서민 얼마나” 실효성 논란
“부유한 세입자만 특혜” 지적도
월세입자들의 목돈을 굴려주는 상품이 내년 초 출시된다. 전세 세입자가 월세로 전환하면서 돌려받은 전세보증금 등을 넣으면 은행 예금보다 훨씬 높은 3%대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급속한 월세 전환에 따른 세입자들의 잉여자금 재테크를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투자풀에 최소 4년 이상 돈이 묶이는데다, 전세 증가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가 대세인 현실을 감안하면 참여할 서민들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월세입자 투자풀 조성방안’에 따르면, 투자풀 운영 구조는 서민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며 돌려받은 전세보증금 등을 한국증권금융이 관리하는 투자풀에 납입하면 민간 전문 운용기관이 뉴스테이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해 분기별로 배당 받는 방식이다. 가입대상자는 무주택자인 월세 혹은 반전세 임차인이다. 주택가격 9억원 초과 거주자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제외된다.
1인당 가입한도는 2억원으로, 최대 2조원의 투자풀을 우선 조성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최소 가입기간을 4년으로 했다.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권금융이 투자풀 규모의 5% 이내에서 손실을 책임지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기관이 보증을 제공한다.
금융위는 기대 수익률을 ‘3년만기 예금금리+1%P’로 보고 있다. 납입액 5,000만원까지는 배당소득에 5.5%의 세율을 적용하는 세제 혜택도 준다. 초과분은 기존 세율(15.4%)이 적용된다. 예컨대 1억원을 수익률 연 2.5%의 투자풀에 넣었다면 1년 후 세후 수익은 223만8,000원이 나온다. 단순히 예금(연 1.5%)에 넣었을 때의 수익 126만9,000원보다 97만원가량 더 많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실적배당 상품이라 수익률 확정은 어렵지만 돌려받는 전세자금을 은행에 맡길 때보다 더 높은 수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도 적지 않다. 우선 임대차 계약이 2년 주기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최소 가입기간 4년은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후 월세를 다시 전세로 전환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 자금마련을 위해 펀드를 환매해야 하는데, 운용수익의 절반을 차감한다. 3, 4년째 환매하는 경우에도 수익의 30%를 떼여야 한다. 인상된 전세 보증금만큼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가 보편적이라는 점에서 돌려받는 보증금을 투자할 세입자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이 없는 일부 부유한 세입자를 위한 특혜 상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넣을 수 있는 돈이 꼭 전세보증금일 필요도 없다. 임대보증금과 무관하게 단 돈 몇 만원만 월세로 낸다는 증명만 있으면 어떤 돈이든 2억원까지 넣어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뉴스테이 사업에 대한 투자만 가능해 투자처가 협소하고 기대 수익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올해 1월 금융위는 뉴스테이 외에 펀드나 채권 등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종안에서는 펀드와 채권 등이 제외됐다. 금융위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대상을 한정했다”고 밝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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