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비대위원장 취임 한 달 됐다고 간담회를 열었는데 박지원과 국민의당의 웃음을 앗아가서, 우울하다.”
28일 오전 10시 35분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당 대표실에 들어선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얼굴에선 씁쓸함이 묻어났습니다. 함께 등장한 의원들과 당직자들 표정도 어둡긴 마찬가지. 검찰이 20대 총선 과정에서 각종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국민의당 국회의원 3명에게 한꺼번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초 오전 10시 30분에 간담회가 예정됐지만, 박 위원장은 5분 정도 늦게 나타났습니다. 손금주 대변인이 간담회 직전, 박 위원장의 취임 이후 한 달간의 활약상을 기록한 영상을 공개했지만, 박 위원장의 표정은 쉬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앞서 검찰이 기습적으로 건넨 ‘깜짝 선물(?)’의 강도가 더 센 탓이었기 때문이겠죠.
박 위원장은 간담회 내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역시 집권을 해야 한다는 비애를 느낀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법조계 안팎에서도 앞선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법원이 구속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날, 같은 당 의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동시에 재청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검찰 조치가 국민의당이 검찰 개혁방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방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단 것도 공교로운 대목입니다.
박 위원장은 “구속 영장 기각 후에 특별한 게 더 밝혀진 것도 없는데, 똑같은 사유로 재청구 하는 게 적절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새누리당의 동영상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유독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여당과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말로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 이외에 더 ‘센’ 액션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긴박한 게 돌아간 것은,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국민의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된 것이 드러나면서부터입니다. 의원 개개인의 문제를 떠나 검찰이 국민의당 자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었습니다.
오후 2시 비공개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우리를 조직적인 범죄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격앙된 우려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의원들이 직접 대검찰청과 법무부 항의 방문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명백한 해명과 사과를 촉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박 위원장은 의총 직후 “증거인멸 ‘가능성’을 갖고 공당의 당명을 거론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어떻게 검찰에서 이런 망발을 할 수 있느냐”며 “당의 명운을 걸고, 검찰에게 이 문제에 대해 내용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검찰의 이번 조치가 진경준 검사장,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 파문을 무마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물타기로 보고 있습니다. 의원들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청와대 지시로 이뤄진 검찰의 마지막 저항”이라거나 “정치적인 편파적 수사”라며 적극 반격에 나섰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의 이날 기자단 오찬 간담회 건배사는 “대한민국 검찰의 발전을 ‘위하여’ “ 였습니다. 검찰이 국민의당의 집권 의지를 날로 키워주는 모습입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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