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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세 번째 '여성전쟁'을 우려하는 이유

입력
2016.07.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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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언프리티 랩스타3’. Mnet 제공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언프리티 랩스타3’. Mnet 제공

“언니 왜 이렇게 못해?”

29일 첫 방송을 앞둔 여성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언프리티 랩스타3’의 예고편이 공개됐습니다.

‘또 시작이군.’ 자기소개 ‘싸이퍼’(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랩을 하는 것)에서 한 참가자가 내뱉은 한마디에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예고편에선 이어 한 참가자의 랩에 표정이 굳은 다른 참가자의 모습과 함께 ‘독기 품은 여자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이란 문구가 흘러나왔습니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습니다. 결국 여자들끼리의 기싸움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으로 자리잡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유빈과 씨스타의 멤버 효린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시즌2’의 첫 방송도 여성 출연자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주를 이뤘습니다.

끝에서 두 번째로 자기소개 싸이퍼를 하던 한 참가자는 자신이 ‘디스’(비판)하던 참가자가 남은 상태에서 “이제 (다음 순서 참가자가) 없지 않아요?”라고 말했고 이에 당사자가 “저 안 했는데요?”라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이날 전파를 탔습니다.

“없는 사람 취급하는데 짜증났다”는 인터뷰와 함께 그가 랩을 하던 도중 가사를 틀리자 상대 참가자가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장면 역시 고스란히 전해져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팀 경쟁에서 상대팀 무대를 혹평하고 이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시즌1’은 말 할 것도 없습니다.

지난 26일 공개된 ‘언프리티 랩스타3’ 예고편. 방송화면 캡처
지난 26일 공개된 ‘언프리티 랩스타3’ 예고편. 방송화면 캡처

‘시즌1’과 ‘시즌2’를 모두 시청했던 직장인 이섭(30)씨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여성 래퍼들이 드물다 보니 콘텐츠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워요. 하지만 래퍼들의 실력이 부각되기 보다 서로 시기하거나 ‘뒷담화’하는 인터뷰가 자주 등장해 보기 불편할 때가 많았어요.”

이씨의 말처럼 ‘언프리티 랩스타’는 국내 최초 여성 래퍼 서바이벌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남성 래퍼들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하거나 언더그라운드에서 묵묵히 자신의 실력을 다져온 여성 래퍼들에게 흔치 않은 기회의 땅이란 점에서 시즌이 계속돼야 할 이유를 지닌, 소중한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즌1’과 ‘시즌2’를 돌아봤을 때 제작진이 여성 래퍼들을 비추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큽니다. 이들이 선보인 랩 실력보다는 서로 견제하기 바쁘고 상대의 태도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전쟁 같은 이미지들이 방송이 완전히 끝난 뒤 주로 머리 속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에선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에서 수준급 랩 실력을 선보였던 전소연, Mnet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에 얼굴을 내비친 자이언트핑크, 하주연 등이 참가해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3’에서 만큼은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 그 자체로 여성을 비하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길 바라 봅니다. ‘쇼미더머니5’의 종영을 아쉬워하던 힙합 팬들이 원하는 건 여성들의 전쟁이 아닌 랩스타끼리의 전쟁이니까요.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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