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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나나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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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나나의 비상

입력
2016.07.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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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로펌 조사원 김단을 연기하는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 나나는 당차고 털털한 극중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다소 큰 사이즈의, 멋을 내지 않은 청바지를 입었다. tvN 제공
tvN 금토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로펌 조사원 김단을 연기하는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 나나는 당차고 털털한 극중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다소 큰 사이즈의, 멋을 내지 않은 청바지를 입었다. tvN 제공

처음엔 ‘미운오리새끼’였다. ‘칸의 여왕’ 전도연에 데뷔 20여 년이 된 유지태, 선이 굵은 연기를 하는 김서형이 출연하는 드라마에 연기 경험이 일천한 여성 아이돌이 왜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화려한 출연진과 미국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드라마 리메이크란 방송가의 기대 속에 그의 캐스팅을 두고 ‘옥에 티’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연기 검증도 안 된 아이돌을 향한 불신은 지난 8일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첫 방송 후 깨지기 시작했다.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인 나나(25)는 로펌의 조사원 김단 역을 당차게 소화했다. 무표정하고 도도한 모습으로 합법과 불법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정보를 캐내는 모습은 흥미로웠고, 나나의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1~2회에서 가장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던 건 김혜경 역을 맡은 전도연과 함께 나나였다. 나나를 향한 호의적인 글도 온라인에 하나 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27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 “제가 활동하면서 이렇게 좋은 댓글이 많이 달려본 건 처음예요.” 드라마 간담회에서 만난 나나는 주위의 호응이 “얼떨떨하다”며 신기해했다. 나나는 애프터스쿨 활동을 하며 속앓이를 해왔다. 늘씬한 몸매와 화려한 외모로 주목 받았지만, 노래 실력보다 외모가 더 부각돼 그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나나는 “방송 후 댓글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굿 와이프'에서 김단(나나)은 거침이 없다. 김단이 변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고 있다. tvN 제공
'굿 와이프'에서 김단(나나)은 거침이 없다. 김단이 변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고 있다. tvN 제공

나나의 연기 도전뿐 아니라 캐릭터 선택도 파격적이었다. 나나가 ‘굿와이프’에서 맡은 김단은 양성애자다. 드라마에선 김단이 다른 여성이 알몸으로 누워있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침에 일하러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과 달리 아직 국내에선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관대하지 않을 뿐 더러, 워낙 도발적인 캐릭터라 젊은 여성 연예인의 입장에선 연기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나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김단이 양성애 캐릭터란 걸 제작진으로부터 듣고 대본을 봤는데, 그런 점이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그런 캐릭터를 본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걱정했던 건 매력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란 점뿐이었어요.”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유닛인 오렌지캬라멜의 나나(가운데). 플레디스 제공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유닛인 오렌지캬라멜의 나나(가운데). 플레디스 제공

실제로 본 나나는 당찼다. 자신을 둘러싼 편견도 거침 없이 얘기했다. 나나는 “절 보곤 많은 분들이 ‘새침데기 같다’ ‘싸가지 없을 것 같았다’고 말을 많이 하신다”며 “전 새침한 것과 거리가 멀고, 털털한 면이 더 많다”며 웃었다. 드라마 속에서 김단은 변호 관련 자료를 빼내기 위해 능청스럽게 상대를 속이기도 하고, 자물쇠를 불법적으로 따 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제 말투와 행동이 김단과 비슷하다”는 나나는 “연기하는 데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파격적인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시선 처리 같은 카메라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나나는 배우로 나서는, 익숙하지 않은 간담회 현장인데도, 취재진의 질문에 크게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흔들림 없이 말했다. 드라마 속 김단이 행사장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원작에서 제 캐릭터는 굉장히 냉정하게 그려져요. 전 리메이크 작 속 캐릭터에선 솔직함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좀 더 유연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많이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인 나나(왼쪽에서 네 번째). 플레디스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인 나나(왼쪽에서 네 번째). 플레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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