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이메일 3만건 공개하면 미국 언론으로부터 큰 환영” 구설
“스파이 행위 적극 독려하나…” 민주당 일부 “반역행위” 공세
공화 진영도 당혹 속 진화 나서
지난 주 치러진 전당대회 효과로 지지율 역전에 성공하는 등 상승세를 타던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또다시 자충수를 뒀다. 트럼프 후보는 당내 경선승리가 굳어지던 지난 3월에도 ‘낙태 여성 처벌’발언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하는 홍역을 치른바 있다.
트럼프 후보는 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기자회견에서 “만약 그들(러시아)이 해킹을 했다면 클린턴의 이메일 3만3,000건도 갖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사라진 이메일 3만여건을 공개한다면 미국 언론으로부터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주장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국무장관 재임 시절 기밀문서도 포함된 공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았고 이 가운데 국무부에 제출한 것 이외에 3만건 이상을 삭제한 일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 대한 해킹 공격이 트럼프를 돕기 위한 러시아 정부의 소행이라는 백악관과 민주당의 주장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지만, 미국 정치에 외국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당장 클린턴 선거캠프가 공격에 나섰다. 클린턴 후보의 외교ㆍ안보총책인 제이크 설리번은 성명에서 “주요 정당 대선 후보가 외국의 강대국에 상대 후보에 대한 스파이 행위를 적극적으로 독려한 첫 사례”라고 성토했다. 또 “단순히 호기심 문제에서 벗어나 정치의 문제이고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반역행위’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제임스 루빈은 전당대회가 개최 중인 필라델피아 ‘웰스파고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대한 불충한 행동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반역죄에 해당한다고 말한 의원도 있다”고 가세했다. 네온 파네타 전 국방장관도 클린턴 후보 지지연설에서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 트럼프 발언은 무책임하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에 부정적인 미국 유력 언론도 비판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해 미 대선에 개입하라고 요구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DNC 이메일 해킹사건 배후로 러시아가 거론되는 상황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 놀랍다”고 밝혔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캠프 담당자가 해명에 나서는 등 트럼프 진영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도 트위터에 “러시아 혹은 기타 다른 국가가 클린턴 이메일을 갖고 있다면, 연방수사국(FBI)에 제공하라”고 발언을 수정했다. 또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는 얘기해 본 적도 없다.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가 나를 존경할 것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상당수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는 방식으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필라델피아=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