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최대 7곳의 병원을 돌며 허위 진료확인서를 발급받아 수십억원의 보험료를 호주머니로 챙긴 전직 보험설계사와 허위 진료확인서를 내준 의사 등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두 살배기 아들까지 동원해 10억원대의 보험금을 챙긴 가족도 덜미를 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8일 멀쩡한데도 병원을 찾아가 통증을 호소해 진료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사로부터 통원치료비를 챙긴 혐의(상습사기)로 전직 보험설계사 김모(48)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통원 치료 때마다 최대 5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특약보험에 가입한 뒤 병원을 찾아가 허위 진료확인서를 발급 받아 통원치료비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이런 수법으로 2006년 7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가로챈 보험금만 무려 22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가입한 특약 보험은 무지외반증이나 연골연화증, 무릎관절증, 평발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으면 병원에 갈 때마다 4만~5만원을 지급한다. 김 씨 등은 이를 악용해 하루에 한의원과 내과, 정형외과 등 최소 3곳, 많게는 7곳까지 돌아다니며 다른 병명으로 진료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했다. 이들은 1년에 평균 병원 700곳을 다녔으며, 9년 간 최대 6,700번이나 방문한 사람도 있었다.
경찰은 김 씨 등의 요구를 받아 실제 물리치료를 하지 않고 진료확인서를 발급해 주거나 진료 차트와 다르게 통원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병명을 진료확인서에 기재해 내준 혐의(사기 방조)로 강모(43)씨 등 의사 15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입원이 필요 없는 질병에도 입ㆍ퇴원을 반복해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정모(60ㆍ여)씨와 그의 가족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 씨 등은 실제로는 가벼운 감기에 걸렸는데도 천식 등의 진단을 받아 입원한 뒤 보험금 14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 가족의 지인이기도 한 의사는 이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진료확인서의 병명만 다르면 하루에 여러 곳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적발되지 않는 점을 노렸다”며 “관련 기관과 적극 협조해 보험 사기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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