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대의 식당이나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눈에 띄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인데, 대부분 폐지가 담긴 무거운 리어커를 끌고 간다. 평상복 차림으로 다녀도 그들은 눈에 띄는데, 입고 있는 옷이나 체형, 풍기는 분위기 등이 힘든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몰라도 광화문 일대에서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들은 거의가 우리 동네 사람들이다. 내 삶도 그들과 다를 바 없지만, 나는 가끔 식당이나 카페 같은 데서 그들을 내다볼 때가 있을 뿐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국을 벌인 호텔 바로 옆에는 아는 부부가 오래도록 운영하던 레스토랑이 있었다. 레스토랑 앞에는 지금처럼 버스정거장이 있었는데, 나는 그 집에 갈 때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바깥 풍경을 내다보곤 했다. 그때도 내 눈길을 잡는 것은 지나가는 이웃사람들이었고, 분수를 모르고 고급 레스토랑을 드나드는 나 자신을 매서운 눈길로 바라보곤 했다. 그들 중에는 폐지를 주워야 연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도 있지만, 꽤 부자도 있다. 폐지를 인생의 최대 화두로 삼은 사람처럼 이른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그를 나는 광범위한 구역에서 창을 통해 보곤 한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염치를 모르는 자로 통하는 그가 왜 지금처럼 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