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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또 다른 세상에 관한 동상이몽

입력
2016.07.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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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찜통더위에 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26일 오후 3시 전력수요가 81기가와트를 기록하며, 하계 전력피크 기록을 깼다. 올해만 해도 벌써 3번째 경신 기록이다. 8월 초에는 더 더운 날씨가 예상된다고 하니 휴가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계 전력수요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전력 예비율이 10%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전력당국은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전력부족 사태를 우려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은 참 복잡미묘하다. 일각에서는 더위로 시민불편이 높으니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해서 서민들도 에어컨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려운 전기 인프라의 특성을 감안하면, 아직은 에너지수요를 억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전력공급의 당사자인 한전은 전혀 다른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다.

한전은 7월 19일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를 포함, 러시아, 몽골 전력회사 등과 신재생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손정의 회장이 제안했던 ‘아시아 슈퍼그리드’ 사업의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다. 아시아 슈퍼그리드란 한중일은 물론이고, 러시아, 몽골 같은 동북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멀리는 인도까지 아시아 각국을 송전선(그리드)로 연결한 후, 전력시장을 공유한다는 구상이다. 손정의 회장이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주창하자, 한편에서는 “역시 혁명가”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사업분야 확장을 위한 무모한 계획이라며 ‘몽상가’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장거리 송전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빠르게 실용화되면서 지금은 손정의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손정의가 제안한 아시아 슈퍼그리드가 다른 광역 전력망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생산하고자 하는 에너지원이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라는 데에 있다. 에너지 잠재량 부국인 몽골의 경우 풍력에너지 잠재량이 300기가와트에 달한다.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7월 26일 국내 전력소비가 81기가와트 정도였으니 국내 전체 전력소비의 3~4배가 되는 수준이다. 태양광도 11기가와트, 수력도 6.4기가와트에 이른다. 또 다른 에너지 잠재량 부국인 러시아까지 연결이 되면 자원 빈국이라는 한국이나 일본 등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친환경 에너지를 대량으로 공급받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그러나 이런 구상에는 함정이 있다. 슈퍼그리드가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억제하는 방향이 되려면 초점이 전력망 연결보다는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에 맞춰져야 한다. 전력망만 연결된다면, 몽골과 러시아의 석탄을 통한 전력공급이 주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력발전 역시 대규모 다목적댐이 만드는 환경훼손을 피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를 21세기 최대의 위기라고 운운하면서도 여전히 경제논리에 매몰되어 있는 건 더 안타깝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재생가능에너지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값싸게 외국에서 들여오려는 꼼수가 우선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소비량 세계 1위 중국, 5위 일본, 9위 한국을 위해 몽골의 자연자원을 공유부터 하자는 건 불합리하다. 풍부한 수력자원을 통해 아시아의 배터리를 자처하던 라오스가 경제적으로 어떻게 종속화되었는지를 잊어선 안 된다. 동북아 각국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자국에서 생산하는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린 후에 그리드를 통해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책은 뒤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이 한전과 정부가 꿈꾸는 ‘또 다른 세상’이라면, 국민이 꿈꾸는 ‘또 다른 세상’과는 너무 다르다. 생각이 많아지는 찜통더위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시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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