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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향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입력
2016.07.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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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꼭 해외로 가야 제대로 즐긴 휴가일까.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멋지고,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혹시 너무 거창한 곳, 먼 곳만 찾다 오랫동안 ‘고향’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닌가. 그래서 올여름 휴가는 ‘고향으로’로 정하면 어떨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고향에는 추억이 있고, 나의 역사가 있다. 그곳을 찾아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면, 나아가 고향 경제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는 ‘휴가’가 있을까. 여름 푸른 나무가 우거진 정겨운 고향길에서 어릴 때 친구라도 만나 활짝 웃으며 인사라도 나눌 수 있다면, 일석삼조가 아닐까.

물론 해외여행도 나름의 장점이 많다. 가보고 싶었던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고, 새로운 느낌과 휴식을 통해서 삶의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다. 그래서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올해 해외여행은 6월까지 1,000만명을 돌파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1% 증가하였다. 그 기간에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도 21.3%나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대비 해외여행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5월까지의 관광수지가 15억달러 적자(잠정치)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큰 규모이다.

꼭 관광 적자를 줄이기 위해 국내에 여행을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중한 이 땅 곳곳에도, 바쁜 일상 때문에 미처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스토리가 숨어있는 매력적인 ‘명소’가 많다. 1,400만명이 넘는 외국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아,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거나 잊고 있었던 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올여름만큼은 해외여행 대신, 가족과 함께 새로운 보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마을과 산, 강과 바다로 휴가를 떠나보기로 하고 온라인 사이트‘대한민국 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부터 방문해보자. 거기에는 거제 해금강을 비롯한 관광명소 100선부터,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가 가득하다. 테마별 추천여행지도 좋지만 시범 시행하고 있는 ‘여행 플래너’ 서비스도 알찬 여행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해외보다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나 기업 주도로 숙박과 교통 관광안내 등 다양한 국내관광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국민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국가 관광경쟁력도 상승시키는 윈윈 효과를 얻고 있다. 우리라고 못할 리 없다. 지자체에서 향우회나 동창회 등과 힘을 합쳐 ‘고향에서 휴가 보내기’ 운동을 펼칠 수도 있다. 기업들도 뜻을 모아 최근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 도시 거제나 울산으로 휴가를 가도록 권장하면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드라마 촬영지 등을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찾아 잠시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여름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어느 때나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2014년부터 봄과 가을 여행주간을 정해 각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에 국내관광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모든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그것이 쌓여 국내 관광문화가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고향으로 휴가 가기’도 그중의 하나가 아닐까. 올 여름 내가 보낸 휴가가 어려운 고향과 이웃까지 돕는 즐거움과 보람의 원년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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