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여름철에 많이 쓰는 몇 단어를 더 보고자 한다. 다음은 여름휴가를 떠난 나여름 씨의 하루 이야기이다.
“나여름 씨는 바캉스를 떠났다. 그녀가 선택한 의상은 시원한 노슬리브와 핫팬츠 차림. 청결을 위해 디오더런트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워터파크에서 신나게 물놀이도 즐기고, 에이티브이를 타고 모래밭을 질주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월풀에서 지친 몸을 리프레시했다.”
여기에는 어려운 말이 적지 않은데, 좀 더 쉽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에 따르면, ‘노슬리브, 핫팬츠’는 ‘민소매, 한뼘바지’이다(나 씨가 ‘시스루, 오프숄더’ 차림이었다면, ‘비침옷, 맨어깨’ 차림이 된다). ‘민소매’는 예전의 일본말 ‘(소데)나시’를 이겨 낸 말이기도 하다.
‘디오더런트’는 ‘체취 제거제’이며, ‘워터파크’는 말 그대로 ‘물놀이 공원’, 바퀴가 네 개 달린 오토바이인 ‘에이티브이(ATV)’는 ‘사륜 오토바이’, 그리고 ‘월풀’은 ‘공깃방울 욕조’, ‘리프레시’는 ‘재충전’이다. 이제 다듬은 말과 함께 나 씨의 하루를 다시 따라가 보자.
“나여름 씨는 여름휴가를 떠났다. 그녀가 선택한 의상은 시원한 민소매와 한뼘바지 차림. 청결을 위해 체취 제거제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물놀이 공원에서 신나게 물놀이도 즐기고,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모래밭을 질주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공깃방울 욕조에서 지친 몸을 재충전했다.”
서구 외래어ㆍ외국어에 짓눌린 우리말, 불필요한 말을 덜어내어 가볍게 해 주자. 교과서에서는 ‘물놀이 공원’이라고 애써 교육하는데, 학교 밖에서는 ‘워터파크’가 더 널리 쓰이는 게 우리말의 현실이다. 여름휴가 동안 이 주제로 자녀와 대화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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