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합격 후 5급 판정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재 폐지된 ‘고도 근시’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병무청으로부터 확인한 병역 자료 등에 따르면, 서울대 법대 84학번인 우 수석은 1986년 징병검사 연기 신청을 한 뒤 이듬해인 1987년 만 20세에 사법고시에 통과했다. 우 수석은 사시 통과 뒤 신체검사에서 ‘질병 또는 심신장애’를 이유로 신체등급 5급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당시 기준에 따르면 고도근시를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으려면 시력이 마이너스 7이상이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고도 근시는 병역 면제 사유에서 제외된 상태다. 고도 근시는 안경 도수가 마이너스(-) 10디옵터 이상 되는 심한 근시를 말한다. 병무청은 우 수석이 병역 면제를 받은 뒤인 1990년 1월부터 고도 근시의 경우 마이너스 8이상, 1994년부터는 마이너스 9이상이 돼야 병역을 면제했으며, 1999년 1월 30일부터는 근시로 인한 병역면제 조항 자체를 폐지했다. 현재 병무청은 시력이 마이너스 11이상인 인원에 대해 4급 처분을 내리고 보충역으로 배치한다. 현 기준대로라면 우 수석은 현역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 의원실은 우 수석이 졸업한 경북 영주중ㆍ고와 해당 교육청을 통해 시력 변동 여부의 확인을 시도했다. 박 의원 실 관계자는 “우 수석의 학교 측에 질의한 결과, 학교에 남아 있는 생활기록부에는 시력란이 없었고, 우 수석의 건강기록부는 이미 폐기된 상태라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주민 의원은 “우 수석 장남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의경으로 복무 도중 보직 특혜를 받고 잦은 외박ㆍ외출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우 수석 본인도 석연치 않은 사유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며 “정권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 수석은 병역 면제 관련 정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거취에 대해 시급히 결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도 근시로 인한 병역 면제 의혹은 2013년 황찬현 감사원장의 인사청문회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황 원장은 1977년 7월 시력이 0.1이었다가 한달 뒤 0.05의 시력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에 야당은 “시력에 의해 현역 면제 판정을 받은 황 원장이 1983년 1종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면 그 사람의 시력 자체가 감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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